어느날 가정방문을 가게 되었는데 그날은 우리반 아이가 사는 깊은 산속 독짓는 마을까지 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마을은 순교자들의 후예들이 사는 조그맣고 깨끗한 마을이었습니다. 반 아이 점순이네 집 방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웬 여인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내가 두번째로 본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의 상이었습니다. 첫번째는 국민학교 시절 친구집에 갈때 먼발치로만 보았던 흰수건을 쓰고 다닌다는 마리아교회(?) 마당에서였습니다. 인자하고 자애로운 모습은 나의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앉혔습니다.
나는 은근히 다른 무엇, 깊숙한 신앙의 뿌리, 정통의 길을 찾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새학기가 되자 새로 오신 이선생님과 함께 통근을 했고 인생 상담을 할 정도로 친했습니다.
이선생님은 남편과 사별후 두 아들과 산다고 했습니다.
어느날 점심시간 무심코 하는 행동에 눈길이 갔습니다. 종전에는 그행동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인데…. 『이선생님, 종교를 가지고 계시군요』그동안 이선생님은 몸으로 마음으로 조용히 날 지켜보고 계셨지만 예수님을 믿으라는 믿음에 대한 권유는 삼가하고 있었습니다.
버스속에서『예수를 믿으시오』하고 외치는 사람에게 눈쌀을 찌푸리던 주위의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퇴근 길에 피곤하니 잠 좀 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도 질렀습니다. 그때마다 웬지 모를 안타까움에 사로 잡혔습니다. 예수라는 분에게 연민이 갔고 믿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강요보다는 자기 나름대로의 체험일거라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체험을 했고 나와의 관계에서 그분의 자리는 어디쯤에 머물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어린 시절 육체적 고통 때문에 매달렸던 분, 살려면 주신다면 나의 일생을 바치겠노라 감히 약속했던 분, 의사형부를 보내시어 수술을 했고, 완쾌된 그팔로 어린이를 가르칠수 있게 하신 분, 또 하나의 시련 교단을 떠나고 싶은 죄의식, 점순네 집에서 만났던 성모님, 그리고 오늘 신자인 이선생님과의 만남 등등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를 하나씩 떠올렸습니다.
『온선생님, 이 기도는 오른손으로 이마에 대고 성부와 가슴에 대고 성자에 양쪽 어깨에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하는 성호기도예요』이런일이 있은 후 선생님을 따라 성당에 한번 가고싶다고 했습니다.
『그럼 이번 주일에 함께 갈까요?』아무래도 교단을 떠나 대학에 진학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가고 있었던 때라 마음의 안정을 찾을수가 없어서 집안에서는 걱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여자에게 그만한 직장도 없다』타이르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볼수가 없었습니다.
『서울에 가면 어디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장성한 딸의 거처에 좀더 현실적인 걱정에 고민하시는 어머니, 『도대체 너에게 무엇이 부족해서 그래, 여자는 결혼 적령기를 놓치면 안되는거야』
언니는 당신의 경우를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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