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이었다. 파란눈의 미국인이 편입,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고 졸업여행지 어느 나이트클럽의 구석진 자리에서 였다. 몇몇 한국인 학생들과 그 미국인 학생 사이에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미 제국주의자는 물러가야 된다」「너도 마찬가지다」…「미국이 나쁘지 미국사람이 나쁘지는 않다」「나도 미국정부를 나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나다. 내 인격을 보고 대해달라」격한 어조의 열띤 논쟁이었다. 결국 그 미국인 학생은 울음을 터뜨렸다. 미국정부가 나쁜 것이지 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그 미국인의 이름이 아마도 CAN(깡통)이었던 것 같다.
19일 밤 11시 충무로 역에서 접하면서 대학시절 그 미국인 학생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때 우리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공룡에 대한 화풀이(?)를 그에게 가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수의 한국인 사이에 그가 외톨이로 끼어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집단폭행한 조정국씨는「맞은 상처보다 자존심에 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의 심정이다. 경찰서에서도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고, 묵비권을 행사하다 미군 헌병에게 호위(?)를 받으며 유유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구겨진 자존심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될 까 마음이 갑갑하다.
한편 조정국씨가 심하게 맞을때 주위에 한국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백주대낮에 도망가는 우리나라 경찰들은 폭력범들을 그냥 그대로 보내야만 했나. 우울하다. 우방국으로서의 미국. 평화의 편에 서있다고 생각했던 미국.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그들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열등감을 벗어 던지고 정정당당하게 그들로부터 상처입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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