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지금까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친구가 있다. 다들 말은 안해도 그 친구가 얼마나 자유롭지 못하며 또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하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전화통화도 그녀가 먼저 해주기를 기다렸고 혹 시어머니가 전화를 받아 바꿔주는 경우 그야말로 용건만 간단히 끊어버리곤해서 친구를 서운하게 만들기도 했다.
며칠전 친구를 만났을때 일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할아버지를 유심히 보던 친구가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물었다.
「할아버지, 어디 가시려는데요」
「아이구, 젊은 양반, 지하철 2호선을 타야하나, 3호선을 타야 하나?」
친구는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할아버지 얼굴에서 불안한 기색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친구에게「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더니 노인문제 연구가가 다 되었네」하고 놀렸다.
교양강좌에 나가 젊은이들속에 앉아계신 취미생활을 즐기시는 시어머니, 늙을수록 깨끗해야 한다고 외모에 신경쓰시는 시어머니, 그런 모습을 노인네의 극성내지는 주책으로 보았던 것이 지금은 삶에 대한 열정과 적극적인 태도로 느껴지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힘겨운 학습시간을 보내야 했던 친구.
「까탈스런 시어머니」를 만나 나름대로 긴장하고 노력하며 살았다는 친구. 그래서 지금의 그녀는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너그럽고 여유로운 모습을 지닐수가 있는 것인가 보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오는 일이고, 또 잘 겪어내면 즐거운 일이기도 해」
친구의 말을 오래동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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