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눈시울로 광주를 생각한다. 망각의 시대에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아닌가? 그러나 모든 기억이 증발되고 말았다. 도대체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에 대해 아파하는 마음이 있는가를 묻고 싶어진다.
지금 차는「상인동 무덤」위를 달리지만 우리는 가스참사를 잊고있다. 기억의 실종, 기억의 도살, 기억상실증, 무통증. 생명망각 등 도무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기억이 삭제된 자리에 있으며, 침묵과 무관심, 냉소의 도착증속에 살고 있다.
하이데거는 고향상실증, 존재망각성 존재이탈성으로 우리시대를 진단하다. 그렇다. 우리는 망각의 시대에 산다. 망각, 상실, 궁핍을 궁핍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본주의 단물에 중독되어 가짜 천국속에 빠져, 희생된 십자가의 삶의 기억을 죽이고 있다. 본래적인 생명궁핍을 궁핍으로 생각하지 않고 망각의 문화속에, 프로야구에, 배꼽티에, 룰라에, 정치 등에 기억을 반납하고 있다. 「상인동 사건」이 저렇게 망각되어 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리스도교는 기억의 종교이다. 우리는 미사때 기념하고 있지 않는가? 기억의 복음이다. 마리아는「주님은 약속하는 자비를 기억하시어」라고 노래한다. 그것은 위험한 기억이었다. 과연 우리는 기억의 복음을 믿는가? 교회는 기억하고 있는가? 망각하고 있는가? 기억이 증발하고 없는 교회 현실이다. 교회가 중산층화 된다는 말은 보잘것없는 이와 배고픈 사람(루가1.52~53)을 망각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사진작가 정순재 신부님의 세상의 엿보기의 글과 사진이 책으로 나왔다. 제목이「바람처럼 돌아오는 사람 그립다」이다. 아직도 그리운것을 찾는 신부님의 무상의 자유가 또다시 그리운것을 찾아 길을 떠나는것 같다. 그분의 사진들은 존재하는 이웃을 기억시킨다. 우리의 망각을 치유하고 아픈 기억을 되살려 준다. 상처받은 사람들, 쭈글쭈글한 할머니, 찌그린 얼굴, 궁핍한 사람을 통하여 우리의 본래적인 궁핍을 드러내준다. 망각에서 기억을 재생시키는 글과 사진은 우리에게는 위험한 기억이다. 거꾸로 우리 교회는 이 기억을 망각하고 있다. 그것은 망각이다. 바로서기를 깨우치는 인간의 사진들이 담겨있다.
우리는 잊고 있다. 그러나 신부님은 열외자들의 풍경, 창조적 풍경을 통해 참으로 낮은 목소리로 성서의 가난한 사람에 대한 복음적 배려를 상기 시킨다. 그리고 나는 상인동 미화원 김만수 바오로씨의 진실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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