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프란치스꼬 수녀원 정원에서 온종일 지저귄다. 아름다운 새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고요해지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즐거움이 움터 올라온다.
한낱 작은 하느님의 피조물인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이 사람들의 정서를 풍요롭게 할진대 하물며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한치 두치 바쳐가며 사는 사람들이 풍기는 향기는 더욱 세상을 풍요롭게 할수 있으리라.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만큼이나 하느님 앞에 바쳐지는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팔아 하느님의 진주를 산 사람들이다.
하느님을 따라 나선 사람들 사랑하는 일에 목숨 바치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은 지금 나와 함께 독일의 아이터호펜에 자리한 성프란치스꼬 수녀원에서 살고 있다.
아씨씨의 프란치스꼬 성인께서 「내 마음속에 사랑이 싹틀때 나는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 내가 이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적에 나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네…」하시면서 주님이 만드신 솜씨를 찬미하며 노래부른 삶을 살아가는 수녀들이다.
모든분들이 한결같이 가지고 있는 덕은 부지런함이다. 이미 한국 사람들에게 잘알려진 독일사람들의 부지런함에다 이곳 수녀들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부여한 부지런함을 갖고 있기에 더욱 빛나는 덕인것이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몇분의 수녀님들의 삶중에서 한분의 삶의 향기가 세상에 번져가도록 성령께서 인도하시기를 기도하면서 펜을 들었다.
B수녀님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성당에서 다른 수녀님들과 함께 늘 기도하며 함께 사는 동료수녀님들을 돋보이게 해주고 빛나게 해주는 일을 즐겨하는 수녀이다. 주님을 섬기는 동료 수녀님들의 기쁨 안에서 B수녀님에게서 나는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는다.
그향기는 은근하면서도 향기로와 그분이 하신 일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고 마음은 즐거워 진다.
더우기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어 가끔 이기적인 마음이 생기거나 게을러질때면 그리스도의 빛줄기가 되어 나를 비추어 준다.
B수녀님은 수도회에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도 보이는 일처럼 사도직으로 하시는 분이시다. 모든 수녀님들의 옷을 만들고 또 낡은 옷들은 깨끗이 기워주고 다림질 해준다.
12가지로 분리된 쓰레기들을 잘 보관하였다가 처리하신다. 모든 재생 물건들은 언제나 기쁘게 받으시는 B수녀님을 볼때 때때로 나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한번 사용한 포장지까지 잘 모았다가 필요로 하는 분에게 다시 주신다. 돌아가신 수녀님들의 물건을 정리하고 처리하시면서도 언제나 즐겁게 사신다.
B수녀님이 자주쓰는 말씀이 있다. 잦은 부탁 사소한 부탁에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물론입니다」다른 부탁으로 바쁘시면 「잠깐만…」「물론입니다」「잠깐만」이 두단어는 내귀에 친숙하다. 때때로 독일 사투리로 내가 반복해서 따라하면 한바탕웃음이 터지곤 한다.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B수녀님과 같은 사람을 더높이 보신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B수녀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향기를 맡고 감미로운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듣는 기쁨을 누린다.
아! 얼마나 많은 성인성녀들이 이와같은 사랑의 향기를 이세상에 뿌렸던가 주여 당신 사랑을 풍기는 봉헌된 이들의 사랑으로 찬미받으소서.
당신 사랑을 닮은 그리스도인들의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당신이 더욱 빛나소서 당신 향기를 온누리에 퍼지게 하소서.
성프란치스꼬성인 처럼 당신을 따르는 모든 수녀들과 당신의 향기를 맡고 찾아든 한국의 성소자로 하여금 당신만을 노래하는 삶을 엮어가게 하소서 아멘
박베로니카 수녀
Franziskanerinnen
Kolster St.Josef
Schulgasse 9
94330 Aiterhofen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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