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랫동안의 방황의 길이었습니까? 빛에로의 여정은 조금씩 내 영혼에 빛이 비추었습니다. 부서진 뼈속에 균이 아닌 성령의 빛이 스몄습니다. 나의 여정에 또 하나의 빛이 비추었으니 영세의 기쁨을 안고 상경한 내 앞에 정식이가 수도복을 입고 나타난 것입니다.
「아니 어떻게 된거니?」
흥분을 가눌길 없는 국문과 동기생들이 정식이 주위에 몰려왔습니다. 청파동 어느 기숙사에서 다닌다고 했지만 예비 수녀인 줄은 몰랐습니다.
「나에게까지 숨겼어?」
「사실은 나도 마지막까지 하느님의 뜻을 잘 모르겠기에 망설였던 거예요」
정식이의 변모는 나에게 큰 충격이었고 꿈속에서 두번씩이나 보았던 수도복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아지랑이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먼 옛날부터 나도 수녀였었지」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서거하셨습니다. 마리아(정식) 수녀님은 검정 헝겊으로 만든 상장을 내 가슴에 달아주었습니다.
「우리는 한 형제 자매랍니다. 율리아씨도 다세요」
처음엔 남들의 눈에 띄는게 표가 나서 쑥스러웠지만 버스를 타면 대학생들 일반인들이 「아, 가톨릭신자군요」아는체를 했습니다. 신자가 된 사실 하나로 안면부지의 나에게 반갑게 대해주다니 기뻤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딸로 태어난 기적같은 신비 앞에 무릎을 끓었습니다. 로마 박해시대엔 물고기로 서로의 신자 됨을 밝혔습니다. 마리아 수녀님의 외적인 표현자체는 가톨릭 신앙을 증명하고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증명하는 표지로 충분했습니다. 반면에 작은 박해도 있었습니다.
시인이신 J교수님 강의 시간이었습니다. 각자의 느낌 포부 시적 감각을 표현하는 시간인데 마리아 수녀님께 화살이 꽂혔습니다.
「왜 정식이는 수녀가 되었는지요?」
우리 모두가 대단히 궁금하고 알고 싶은 사항이지만 강의실에서 강의하듯 발표하라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해도 너무해. 무식한 교수야」
「여기가 뭐 고백실인가?」
또 누군가는 노골적으로 「수녀님 말씀하시지요」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순간 홍당무가 된 수녀님은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까 긴장한 찰나였습니다. 그녀는 강의실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후론 J교수님 시간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산재한 무슨 언어로 인간의 존재를 설명하겠습니까? 나는 그것을 어렴풋이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내 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과 뜻이 있음을, 꽁꽁 닫아놓은 마음의 창문을 은총의 햇살이 스며들면 빛에로의 여정이 시작됨을, 그것은 내 쪽에서도 끝없이 갈구하며 찾아나서야 합니다.
하느님은 자녀들의 간구를 즐겨 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수녀님은 떠나갔습니다.
우리의 종업식을 마지막으로 미국 교포사목에 파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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