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바쁜 사목일을 핑계로 해답을 늦게 드려 죄송합니다. 우편수단이 불편한 콜럼비아라 원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많은 후회를 했습니다. 겸허한 수도자 신분을 잃어 버리고 사생활을 괜스리 공개했나 보다 싶어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통해 보여주신 주님의 은혜가 한량없이 긒고 크심을 새삼스럽게 다시한번 느껴봅니다.
볼품없는 작품을 뽑아주시고 상금까지 보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보내주신 돈은 주님의 은총에 대한 응답으로 이곳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쓰기로 했습니다.
이곳 칼다스는 지리상으로 적도에 가까운 콜럼비아 중서북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로스산데스산맥의 높은 해발로 인해 연평균 기후 18-20℃로 항상 꽃들과 초록의 계절인 영원한 봄의 도시입니다. 요즘 우기를 만나 매일 여러차례 심한 소나기가 쏟아져 우리 가난한 만달라이 동네는 거의 집집마다 지붕이 새어 물난리를 치르는 형편이지만 원래 느긋한 성격과 농담을 좋아하는 이곳 사람들에게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가 봅니다.
성당을 세울 계획으로 임시로 1년전에 지어진 경당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판자촌이 널려있으며 커피 밭 바나나숲 사이로 옥수수를 가꾸는 소작농들이 눈에 띕니다. 한국의 어느 달동네 같은 마을안에서 그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사랑을 주고받는 차원에서 우리는 이곳 사람들로부터 우리가 주는 사랑보다 배로 더받을 처지에 있답니다.
가난한 자들속에서 가난한 삶 두렵고 벅차게 느껴지기 보다 오히려 가진게 없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할수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수도차원에서 가난하게 산다고 해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호화스러운 삶이고 주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우리를 신뢰하여 진정한 그들의 가난한 자매임을 자랑스럽게 얘기합니다.
인류학 수업을 위해 오늘 신문을 샀는데 엄청난 사고의 소식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도시 가스 폭발로 모든 대구시민이 슬픔의 도가니에 든 순간 무어라고 위로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자녀를 잃은 부모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린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조의를 표합니다.
몇사람의 부주의로 죄없는 그리스도가 또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당해야 하는 극심한 슬픔의 사건이 더이상 일어나지 말기를 진심으로 두손모아 기도 합니다.
가톨릭신문 68주년을 맞아 진리의 언론을 위해 노고하시는 모든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성령의 빛으로 현대와 더불어 세상을 앞서가는 진리의 도구가 되시기를 빕니다.
콜럼비아에서 마리삐에르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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