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언론에 보도된 대조적인두 혼인판례는 우리에게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하나는 부부간의 성적갈등도 이혼사유가 된다는 판결이고 또하나는 아내의 정신병만으론 이혼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전자는 결혼한지 7년의 두 자녀를 둔 부부의 예로, 바쁜 직장 때문에 아내의 성적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한 남편이나 또 그 불만으로 시부모에게도 불경한 아내 모두에게 법원이 부부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후자는 역시 결혼한지 7년에 아들 하나를 둔 41세의 남편과 38세의 부인의 경우로 남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배우자가 정신병적 증세를 보여 혼인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증상이 가볍거나 회복이 가능한 경우라면 상대방은 사랑과 희생으로 치료를 위해 진력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그같은 노력없이 곧바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위의 두 경우를 보면 오늘날 부부들이 얼마나 쉽게 부부관계를 청산하려 하는지를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부부는 한번 맺어지면 「검은 머리 파뿌리될때까지」 백년해로(百年諧老) 한다는 우리의 전통적인 결혼관이나 또 우리 교회에서 혼인서약시 서로 상대방에게 『기쁠때나 슬플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변함없이 신의를 지키며 일생토록 사랑하겠다』는 맹서를 되새겨볼 때 얼마나 세태가 무섭게 변해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럼 왜 오늘의 부부들이 이처럼 쉽게 이혼을 하려하는가? 그 이유는 사회ㆍ경제ㆍ문화ㆍ정신적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겠지만 최근 영국서 발간된 한 책자가 그 원인을 60년대의 성개방 후유증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인다.
38세의 영국인 의사이며 크리스찬인 패트릭 릭슨이라는 사람이 쓴 「증가하는 사람의 대가」(The Rising Price of Love) 에 따르면 영국은 60년대 성개방의 후유증으로 에이즈 등 성병만연, 이혼, 미혼모증가, 결손자녀 비행문제 등을 겪고 있으며 이로인해 매년 90억파운드(한화 10조원)를 지출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혼경비로 4조8백억원이라는 계산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엄청난 사회적 대가를 계속 치르든지 아니면 엄격한 도덕적 사회로 회귀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의 우리현실을 놓고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순수한 「사랑」과 「희생」의 회복이 애절하게 기다려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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