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사태가 발생한후 사흘째 되던, 6월 9일 오후 4시와 9시경 명동성당 입구에서는 제의 차림의 사제들과 수도자평신도들의 침묵 촛불시위가 매일 같은 시간에 마련됐다.
시작 및 마침 성가를 제외하고는 수십여명의 사제들과 수도자, 수백여명의 신자들이 줄지어 도열한채 30분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성전난입 책임지고 대통령은 공개 사과하라」는 표어만이 이들의 의지를 표명해 줄 뿐이었다.
그 시간은 한국교회의 상징일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 약한 이들의 지나친 역할을 해왔던 명동성당이 공권력에 의해 침해당했음을 항의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도덕적 힘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던데 대한 반성과 회개의 자리였다.
이들의 침묵과 촛불을 통한 빛의 시위는 명동성당 사태에 관한 교회의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로서뿐만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살아야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기회로 비춰졌다.
그간 비대화 중산층화로 인한 내적성숙 결여라는 허약증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에 나눔이 부족했다는 평을 받아온 한국교회. 이번 일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소명이 결코 다른 곳에 내어줄 수 없는 고유한 몫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졌다.
촛불을 높이 쳐들고 「하느님을 위한 길을 함께 가자」고 노래하던 성직 수도자 평신도의 모습은 더욱 약한 이들 인권을 유린당한 이들과 함께 교회가 새롭게 일어서는 다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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