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과 7일 양일에 걸쳐 명동대성당에서 발생한 정부의 공권력 투입 및 성당내에서의 경찰력사태는 교회와 정부간 최악의 긴장상태를 빚고 있다.
교회가 이번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으로 다루고 있는지는 사건 발생 이후 일주일동안 교회전체가 대처해온 상황을 살펴보면 금방 알수 있다.
그것은 과거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때 교회 일부단체들이 개입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교구장이 직접 사제단 전원과 하나로 일치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전국 각교구 사제단과 각종 단체들이 예외없이 서울대교구의 입장을 지지하고 심천지침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대교구의 입장은 그동안 한국가톨릭의 상징이며 이땅의 민주화와 양심의 최후 보루로 자타가 공인해온 명동성역이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듯 소위 문민정부로부터 침탈당한데 대한 허탈감과 실망감을 느끼며 이후 또다시 성역이 공권력에 의해 짓밟히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6월 8일 서울 대교구 사회사목담당 최창무 주교가 발표한 「명동성당사태의 경위설명서」나 9일 사제평의회의 「정부의 공권력투입 및 성당내 경찰폭력사태에 대한 결의문」그리고 11일 주일 12시 명동 대성당에서 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이 행한 미사중 강론내용에서 명확히 드러나 있다. 그리고 13일 오후 7시부터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시국기도회에서 행한 최창무 주교의 강론과 서울대교구 시국대책위원회의 2차 성명은 앞의 세가지 내용을 보다 명확히 재천명하 고 있다.
그 주된 내용은 첫째, 명동성당에 공권력을 투입, 성역을 유린한 행위에 대해 정부가 공식사과 할 것과 둘째, 앞으로 성역침탈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할 것 등이다.
이러한 서울대교구측의 요구가 있은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그 본심이 의심스럽다. 과연 정부는 「법앞에 성역이 없다」는 힘의 논리로 이번 명동사태의 정당성을 계속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문민의 힘으로 태어난 현정부가 그 문민의 힘으로 태어난 현 정부가 그 문민의 힘의 진원지이며 자신의 모태이기도한 명동성역을 짓밟은데 대해 과오를 시인하고 용서를 청할 것인가?
여기서 6월 11일 정오 명동성당 미사 강론에서 김추기경이 「이 정부가 들어서고서 이렇게 미사중에, 정부를 비판하는 말을 하게된 자체가 참으로 슬픈 일」이며 자신은 「이런 일을 적어도 이 정부가 들어서고서는 상상해본 적이 없다」는 말씀은 현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데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것으로 현정부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그리고 명동성당이 과연 성역인가 아닌가 하는 사회 일반언론 등의 논쟁에 대해 최창무 주교가 13일 제1차 시국기도회미사중 강론에서 밝힌 내용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최주교는 명동성당이 성역인 이유는 첫째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가 하느님께 참되고 올바른 제사를 드리는 예배장소이기때문이며 둘째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불의와 압제에 대하여 하느님과 백성에게 호소하는 자리이며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 선포되고 보호되던 자리였기 때문이며 셋째는 우리민족이 이곳만큼은 성역으로 인정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죄인들이 성당에 피난하는 권리는 트렌트공의회가 선언한 것처럼 신정적(神定的)인 제도로서 구교회법1179조에 명문화했었으나 현행교회법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명문화는 하지 않았지만 관습법과 교회전통이라는 불문법적규정으로 살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볼때 1백여년의 역사를 가진 명동성당에서 과거 단한번도, 그야말로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던 5ㆍ6공 군사정권 시절에도 공권력의 침탈을 받지않은 명동성당은 관습법상으로도 성역임이 명약관화하다 하겠다. 이같은 사실을 현정부는 이번기회에 분명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 기회에 진정으로 문민정부 출범당시 국민과의 약속을 상기하고 그것을 마땅히 지켜야할 것이다. 그것은 정직과 신의와 인내로서 모든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번 명동사태도 정부가 스스로한 약속을 지켰더라면 이번과 같은 불행은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정부가 교회의 중재노력을 단 하루 이틀만이라고 더 인내심을 가지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협력했었더라면 한통 노사문제는 보다 쉽게 풀수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다. 왜냐하면 6일 강제연행 전날까지 만해도 그같은 분위기가 조성됐기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교회측의 요구에 조속히 응답하기를 촉구한다. 그 길만이 종교와 정치가 상호협력과 조화를 이뤄나갈수 있는 유일 한 길 임을 명백히 밝혀둔다.
무엇보다 정교간의 긴장과 갈등이 오래끌면 끌수록 교회나 정부나 국민 모두에게 불행과 손실밖에 돌아올것이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깊이 돼새겨야 할 때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