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지혜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택하셨으며 강하다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약한 사람들을 택하셨다(고린전서 1장 27절)고 한다. 두 다리를 잃고서 암흑속을 헤메이며 방황하던 나를 건져올려 한사람의 인격체로 우뚝 설수있게 만드신 주님의 은총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오늘도 주님앞에 두손을 모아본다.
1971년 겨울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의 누님댁에서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일명「공돌이」였다. 일요일이면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해운대나 태종대로 놀러 다니며 지나가는 아가씨들을 향하여 휘파람도 불어대는 그런 평범한 나에게 어느날 아침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발생 하였다.
연말이라 연 사흘간이나 철야작업을 강행하였고 한달내내 일요일이라고는 챙겨보지도 못할 정도로 공장은 정신없이 돌아가다 겨우 성탄절이 되어서야 선적을 마치고 하루의 휴일을 얻을 수 있었던 탓인지 아침에 눈을 뜨니 허리가 뻐근한것이 개운치가 않았다. 내가 허리가 아파서 못 일어 나겠다고 하니까 누님께선 네가 너무 무리해서 담이 붙었는가 보다 하시면서 담이 붙은데는 막걸리에다 족제비 말린것을 태워서 가루를 낸것을 타 먹으면 즉효란다며 아침 설겆이를 마치시고 누님께선 부리나케 약방엘 달려가서 족제비 가루를 구해다가 막걸리에 타서 주시기에 주욱 들이키고 이불을 푹 덮고 땀을 내라는 것이기에 주님께서 시키시는대로 그 약을 받아 마시곤 이불을 뒤집어 쓰고 깜박 잠이 들었나본데 얼마나 지났을까 난 허리가 끊어질듯한 통증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온 방안을 기다가 뒹굴다가 나중에는 꽥꽥 소리까지 질러대었다. 밖에서 빨래를 하다가 나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서 쫓아 들어오신 누님께선 그제서야 심상치 않은 사태를 깨달으시곤 나를 들쳐엎고 택시를 대절하여 병원으로 내달렸다.
병원으로 향하는 택시안에서도 난20세란 나이도 잊은채 엉엉 울면서 몸부림을 칠 정도로 통증은 극심하였다. 병원에 도착하니 무슨 검사 무슨 검사 라면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더니 엑스레이 특수촬영이라는 것까지 끝내고는 한나절이 지나서야 이름을 불러서 담당의사에게로 들어가니 아주 심각한 얼굴로 나와 누나를 번갈아보며「횡단성 척수염이란 아주 희귀한 병인데 치료만 열심히 받는다면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지만 만약에 내 말을 소홀히 듣고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을땐 평생을 두다리로 일어설수 없어서 앉은뱅이로 지낼수도 있는 아주 무서운 병입니다. 명심하시고 내일 또 나오세요. 만약 내 말을 소홀히 들어 척추에 손상이 간 다음에 가슴을 쥐어 뜯으며 후회해 보았자 아무 소용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주사를 맞고 약을 타 가지고 병원문을 나설땐 이미 해가 기울만치 하루해를 병원에서 다 보낸 셈이었다. 그러나 주사약 때문인지 이미 통증이 사라진 허리에 대해선 거의 잊어버리고 모처럼의 휴일을 그렇게 지내버린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때만 해도 내 병은, 그다지 대수로운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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