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1일이면 보편교회에서는 ‘신앙의 해’가 개막된다. ‘신앙의 해’는 말 그대로 모든 신앙인이 자신의 신앙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고, 이미 세속화되어 하느님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현대 세계와 사회 안에서 자신과 이웃의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열정과 실천을 시작할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뜻깊은 보편교회의 기념 기간은 의미심장하게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개막 50주년, 공의회 정신과 가르침의 정수를 담은 가톨릭교회교리서 반포 20주년과 맞물려 있다. ‘새로운 복음화’의 여정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지침이 되어줄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 그리고 가톨릭교회 교리서에 담긴 가톨릭 신앙의 정수는 10월에 시작해 내년 11월까지 이어질 이 순례 여정에서 항상 우리가 가슴에 담고 손에 들고 있어야 하는 원천이다.
이제 신앙의 해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지금, 한국교회 역시 전국 모든 교구에서 신앙의 해를 뜻깊게 보낼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개막식과 폐막식을 통해서 신앙의 해 시작과 마무리를 알리는 의미 있는 이벤트들을 계획하는 한편, 무엇보다도 신앙의 해 기간 동안 모든 신자들이 익히고 성찰하고 실천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다각적인 프로그램들이 각 교구에서의 폭넓은 논의를 거쳐 발표되고 있다.
특별히 신앙의 해 개막을 앞둔 지금 9월 한달 간 순교자성월을 지내게 된 것은 각별한 은총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의 신앙적 뿌리는 바로 순교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사제도 없이 스스로 자발적인 신앙을 받아들였으며, 그로 인해 이승에서의 삶은 박해의 고난과 순교의 영광으로 마무리된 순교 선조들의 순교 정신 위에 세워졌다. 오늘날 위대한 순교 선조들의 후손인 우리는 그러나 과연 얼마나 그 순교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는지는 깊이 성찰해볼 일이다.
이제 우리는 신앙의 해 개막을 앞두고 있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전국 각 교구 차원에서는 물론 각 본당과 공동체, 개인 차원에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신앙의 해가 개막되면 오히려 더 많은 성찰과 실천의 노력이 요구될 것이지만, 준비에서부터 우리는 더 철저하게 이 뜻깊은 기간에 충실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특별히 신앙의 해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간이 순교자성월이라는 점은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 한국교회의 신자들에게 더 깊은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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