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참 좋아하는 지인에게 흰 강아지 두 마리가 생겼다. 강아지 이름은 ‘보리’와 ‘밀’인데 그 작명과정이 특별하다. 이삭 두 개가 기도를 하던 손가락에 착착 감기는 꿈,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 두 마리가 생겼다. 그러고 보니 강아지 꼬리가 보리와 밀의 이삭을 꼭 닮았다.
개를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강아지들은 똥강아지라도 예쁘다. 더욱이 예쁜 것은 영특하고 주인의 말을 잘 따르는 강아지다. 보리와 밀의 이삭을 닮은 꼬리와 토실한 궁둥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때가 타지 않은 맑은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는데 그만 넘어가지 않을 재간이 없다. 주인이 ‘앉아’를 말하면 앉고, ‘기다려’라고 말하면 기다리고, ‘악수’를 말하면 손까지 내미는 강아지는 주인의 사랑을 받는다.
사람을 개에 비유하는 것이 우습겠지만, 우리가 강아지만큼만 주님에게 충직하다면 예쁨 받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진리의 하느님에 대한 무조건적 순명은 오히려 영광이 된다. 가톨릭 구성원들이 그동안 순명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이유다. 상황이 조금은 부당하고 불합리한 것 같아도 순명을 한 후에 하느님은 언제나 내 편이었다.
세상이 복잡다단해지고 똑똑해지면서 순명의 진정한 가치는 점차 퇴색되고 있는 듯하다.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얕은 머리를 믿고 꾀를 쓴다.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기보다 내 뜻을 우선으로 알고, 그에 맞춰 하느님의 뜻을 끼워 맞춘다. 순명인 듯하지만 순명이 아닌 셈이다.
이제 막 꼬물꼬물 걷기 시작한 지인의 강아지 ‘보리’와 ‘밀’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도한다. 그렇게 자라나서 주인에게 순종하고 더없이 사랑 받는 강아지가 되기를 바란다. 보리와 밀의 누룩이 빵이라는 양식이 되기까지, 그 성장과정은 좌충우돌하겠지만 유·무형의 모든 것이 자라나는 과정은 무엇보다 찬란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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