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주일미사 참례때 일이다. 봉헌예절이 되어 지갑을 열어보니 천원짜리 지폐가 없었다.
오천원권 지폐는 있었지만 얄팍한 믿음이 선뜻 그 돈을 내놓게 하질 않았다.
옆에 앉은 교우에게 5천원을 내밀며 천원권으로 좀 바꿔달랬더니 지갑을 꺼내 안을 살펴보고는 4장밖에 없다며 천원을 건네면서 빌려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는 것 이었다. 물론 그 교우와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미사가 끝난후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매일 미사책 한권을 사오니 그사람은 이미 가고 없었다.
아마 천원을 받기 위해 기다린다는게 멋쩍었거나 아니면 미사예물로 천원 더 봉헌했다고 생각해버린 모양이다.
집으로 오면서 비록 작지만 알지못하는 사람에게 선뜻 돈을 건낼수 있는 타인에 대한 신뢰가 이 작은 공동체안에서만 아니라 성당밖의 어느곳에서나 번져났으면 하는 바람과 주님에 대한 내사랑은 천원짜리밖에 안되는 거라는 회의가 동시에 밀려왔다.
사실 나는 주님을 지극히 사랑한다고 믿는데 어리석은 믿음인지 행동은 언제나 뒷걸음질하는 청개구리 같다.
나는 나의 하루가 늘 이렇게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아침이 눈썹까지 몰려와 창문열어 귤빛햇살로 오시는 그대를 맞이합니다. 목화솜 같은 두팔로 나를 감싸안는 그대, 나의 하루는 이렇게 그대 사랑속에서 시작됩니다. 이 하루 고운 땀 흠뻑 흘리고 태양 쓸어낸 자리에 노을이 찾아들면 기쁘게 하루를 털어 한포 뜬 밤의 창호지에 고이 싸 그대 품으로 돌아옵니다.
여인의 기도에 너그러우신이며! 길게 나열치 않아도 미리 아실 당신이기에 짧은 글로 청하오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당신과 함께하는 생활되도록 석양처럼 번져나는 그대 사랑으로 나를 엮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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