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씀과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하고 심상치가 않은지라 예의상 형식적으로 한 일주일간 치료를 받기로 하였는데 누님댁도 사는형편이 넉넉치 못한 탓에 한 사흘 지나면서 부터는 아침마다 돈을 꾸러 이집저집의 대문을 기웃거려야 했고 일주일이 되던 날은 조카들이 고사리 손으로 채워놓은 돼지 저금통조차 뜯어 내야 할 형편이었다.
이미 통증도 거의 가셨고 내발로 걸어다니기에 별 지장도 없었기에 마음속으로는 조금 찝찝한 구석이 있었지만 통원치료를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그런 나를 보며 주위 삶들은 허리 아픈것 병원에 백날다녀봐야 소용없다면서 침을 맞는 것이 효과도 빠르고 돈도 훨씬 적게 든다고 부추기기 시작했다. 별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아니었던 나와 누님의 성격이었지만 그 이야기에 금방 솔깃해졌던 까닭은 아무래도 형편이 넉넉치 않은 탓에 마음이 급해져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용하다는 침쟁이를 수소문하여 아무리 멀고 험한 길이라도 마다않고 나를 들쳐업고 쫓아다닌 누님의 정성에 보람도 없이 거의 한달여가 지난 어느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오줌을 싸서 깔고 자던 요가 질퍽하게 젖어있었고, 두다리가 뻣뻣하게 굳어있는 것이었다. 기겁을 하며 또 나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내달렸더니 진찰대에 나를 눕혀놓고 이리저리 내몸을 살펴보던 의사는 물어보지 않아도 그동안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녔는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면서 『내가 뭐라고 그랬어요. 이젠 틀렸어요. 치료를 받지 않으면 불구가 되어 평생 가슴을 쥐어 뜯으며 후회하게 될것이라고 그랬잖아요. 내가 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데려가세요』『누구는 치료받기 싫어서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든줄 아세요. 돈이 없는 것 어떻게 해요. 치료비 안 받고도 치료해 줄수 있어요』누님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리며 악다구니를 써댔지만 그 의사는 이미 다른 손님을 받는데만 열중해 있었고 누님 등에 매달려서 몇곳의 병원을 더 돌아다녀 보았지만 소용없이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정말 어처구니 없이 내가 앉은뱅이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누님과 나는 도저히 그 사실을 받아 들일수가 없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오신 시골의 어머님께서는 『세상에 돈이 없어서 멀쩡한 자식을 저모양으로 만들었다』면서 가슴을 쥐어 뜯으며 몸부림을 치셨지만 이미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몇군데의 병원을 더 전전해보았지만 역시 아무런 소득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메리놀병원에서 입원을 권유하여 입원을 하였는데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곧바로 재활과로 옮겨서 그 상태에서 좀 더 편리하게 살아 갈수 있도록 하는 피눈물나는 훈련이 시작되었다. 눈만 뜨면 식사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평균대에 매달려 걸음마 연습을 시작했는데 하체가 마비된 상태에서의 걸음마 연습이란 아기들이 태어나서 시작하는 걸음마 연습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기때문에 한 발자욱 옮겨 놓을때마다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고 나도 모르게 흘러나와 바지를 적셔놓는 용변탓에 더욱 더 절망에 허덕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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