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인간은 사회적동물」이라고 정의했듯이 사회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이다.
이러한 인간집단인 사회와 공유된 삶을 살기 위해선 마땅히 필요한 규범이 있어야 하고 인간은 교육을 통해 필요한 규범을 배우고 익히며 사회구성원으로 성숙되어 간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사람이 사람으로서 행하여야 할 이법(理法)과 그것을 자각하여 실천하는 도덕적 행동은 민주사회의 기본질서이며 근원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서를 무너뜨려 사회라는 공동체에 해로움을 줄때 국가기관에서는 사회생활의 질서 유지를 위해 강제규범인 법을 제정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사회에는 권력이라는 비호아래 법이 있으되 법과는 무관한 성역을 갖고 산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문민정부의 감사행정을 통해 성역 아닌 성역에서 법과는 무관한 사람을 살았던 사람들이 밝히 드러나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치주의 원칙하에 민주사회에서『법집행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지극히 타당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성역이란 무엇인가? 성역이란「하느님이 머무시는 거룩한 곳」을 의미한다. 성역은 권력의 비호아래 숨은 삶을 사는 곳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하느님의 영역 이것이 바로「성역」이다. 그 성역 안에서 인간은 누구나 피조물로서 평등하며 그곳은 최고의 법인 신법이 함께하는 곳이다. 그곳은 감히 어떠한 현행법이 우선될 수 없는 신성불가침한 곳이다.
삼한시대 천신(天神)을 제사하던 성지인 소도(蘇塗)가 있었다. 이곳은 신관(神官)이 신사(神事)를 주재하고 질병과 재앙을 빌던 성역이었다. 이곳은 특히 국법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성역으로서 죄를 지은 현행범이 도망오더라도 그곳을 침범하여 잡아갈 수 없었고, 그곳에서 죄인은 수신과 참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었다고 한다. 왕이 곧 법인 세상에서 국왕조차 성스러운 곳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국왕 또한 인간이기에 하느님 앞에 겸허함의 예를 지킨 것이다.
또한 구약성서(민수기 35~11이하)에도 실수로 죄를 범한 죄인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곳의 도피성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 역시「피는 피로」라는 복수에서 보호받기 위해 특별히 설치된 성역이었다. 이곳 역시 힘없는 민중들의 마지막 피난처였던 곳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명동성당은 독재(獨裁)시대부터 우리사회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성역인 소도요, 도피처가 아닐 수 없다. 이곳은 과거 그 어떤 독재자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었던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신성한 곳이요, 양심의 소리요, 민주수호의 최후보루였던 곳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신법이 존재하는 명동성당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중재를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교회는 명동성당을 성역이라 외치며 치외법권을 주장한 적은 없다. 오늘날 다만 인간의 기본권을 유린당한 사람들이 하느님 앞에 인간이기를 희망하고 존엄성을 수호받기 위한 상징이며, 이 시대 우리 민족의 숨통이기를 국민들이 인정했던 곳이다. 그런데 숨을 돌리며 중재를 진행하던 명동성당으로「법집행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아래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있을 수 없엇던, 너무도 어리석고 무지몽매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성역은 하느님이 머무시는 곳이다. 이곳에 인간이 만든 현행법인 실정법의 우위를 앞세워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하늘을 보고 침을 내뱉는, 하느님을 업신여기는 인간의 오만무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하느님이 머무시는 성역이 어떤 곳인지 확실히 깨닫고 이름없는 성역속에 숨어있는 무법자들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번같이 성역을 무시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자성하고 교회와 하느님 앞에 속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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