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신발주세요. 축구를 많이 해서 다 닳았어요.」「너희들 신발이 벌써 다 떨어져?」「너무 신나게 놀아서 그래요. 다음에 아껴 신을께요 네?」 숨도 안쉬고 떠들면서 졸라대는 반아이를 바라보며 「얘들아, 그 비싼 신발이 너무 쉽게 떨어진다. 우리 신부님은 구두 한컬레로 30년을 신으셨는데…」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녀님! 우리도 알아요. 신부님의 구두 모양까지도 기억해요. 그러나 신부님은 살살 걸어 다니시고요 우리는 막 뛰어 다녀서 그래요.」아이들 말에 나는 웃고 말았지만 위대한 분은 가난하게 사시는 것이 아닌가!
성철 스님도 워낙 가진것 없이 승복 두벌로 사셨기에 그분의 위대함이 여기 있는것이 아닐까.
가진것없이 구두하나로 만족하셨던 우리 신부님. 미사때마다 제대를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가시는 구두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들의 눈동자는 늘 구두로 향하여 있었기에 반아이들은 그 구두 모양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구두가 너무 닳았기에 새 구두로 바꿔 드렸더니 다시 새 구두를 내 놓으시며 「나는 그냥 헌 구두를 신겠습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구두를 주시지요. 다시는 나를 위해 구두에 신경쓰지 마시오. 우리 아이들에게 운동화 한켤레라도 더 사주지오.」라는 말씀에 우리는 묵묵부답으로 그 자리를 물러 나왔다. 위대한 분들은 가난함속에서 평화를 얻는가 보다. 늘 미소로 아이들을 대하셨던 신부님. 물질의 풍부함을 주려 하셨던 신부님 아이들에게 운동화를 챙겨 주실때마다 늘 신부님의 구두가 기억난다.
「이제는 신부님도 천국에서 헌 구두를 벗어버리고 반짝거리는 새 구두를 신으셨을 거예요」쫑알거리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할말을 잊고 만다.
신부님! 당신이 사랑하셨던 아이들 말대로 천국에서는 반짝거리는 새 구두로 바꾸셨는지요. 이제는 모든 걱정 잊으시고 주님과 함께 영원하시기를 빕니다.
부산 소녀의 집에서 이글라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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