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지금은 S본당으로 이름이 바뀌어 버린 마당넓기로 유명한 D교구의 B본당에는 순교자 삼위의 묘소가 본당 성모상 앞에 나란히 모셔져 있다.
마당이 넓다 보니 동네 꼬마 녀석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공놀이를 해대는 통에 지역 운동장 역할을 톡톡히 해온 터였다.
놀러오는 애들을 내쫓을 수야 없지만, 순교자 묘소 부근에서 공놀이를 하는 녀석이 있어 행여 공이라도 묘소에 들어가면 철없는 꼬마들이 불경스레 묘역을 드나들까봐 늘 조마조마 했는데 특히 본당수녀님이 그 꼬마들에게는 제일 겁나는 존재였다.
묘역 성역화에 열을 올리시는 이 본당 원장수녀님은 순교신심이 남달라서 꼬마들이 그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야단을 치시곤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뿔싸! 그만 길게 패스한 공을 한 꼬마가 잘못 잡는 바람에 축구공이 데굴데굴 굴러서 그 묘역에 들어가고 말았다.
대여섯명쯤되는 꼬마들이 묘역 경계선 앞에서 어쩔줄 몰라 하자 마침 조배하러 오신 바오로씨가 보고, 『조심해서 한 사람이 들어가 주어 내오지 그러니?』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 꼬마 녀석들 일제히, 『안돼요. 신부님 사모님이 보시면 우린 혼나요!』
★…음식강복…★
요한씨는 늘 바쁜 가운데도 성장한 아들 딸과 또 가계를 알뜰히 꾸려가는 사랑하는 아내 실비아와 함께 적어도 아침 식사 시간에 만이라도 아침기도를 같이 드리기로 했다.
아침기도의 순서는, 먼저 가족들이 상둘레에 앉으면 「삼종기도」와 「가정성화기도」 그리고 「아침기도」를 바친후 곧 이어서 「식사전 기도」를 바치면 같이 일제히 숟가락을 집어드는 것이다.
이때 가장인 요한씨의 권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기도의 주도자가 지니는 강복권이다.
이것을 요한씨는 「아버지의 강복」 또는 「가정의 강복」이라 명명하고 충실히 시행하던 터였다.
알뜰한 아내 실비아씨는 가계에 도움을 주려고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경영하면서 실제로 그 반찬을 식구들의 밥상에다 올려놓는 알뜰한 주부이다.
오늘도 아침식사 시간이 되자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모였다. 「삼종기도」와 「가정성화기도」 그리고 「아침기도」까지 엄숙하고도 경건하게 잘 바쳤다.
이때쯤이면 으레히 요한씨의 그 장엄(?)하고도 인자한 음식강복(?)이 내려지는 순간인데 어찌된 일인지 순간 시무룩해 지더니 슬그머니 먼저 수저를 집어 드는것이었다.
아내 실비아씨가 깜짝 놀라며, 「아니, 여보! 아직 당신이 음식강복 안놓았어요.」하자, 요한씨가 시큰둥하게 「알아요, 하지만 여기 있는 이 반찬들은 내가 여러번 강복 놓은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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