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를 그렇게 연습을 할때는 그래도 행여나 잘만하면 목발에 의지해서라도 걸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아닌 희망도 가질 수가 있었지만 결과는 휄체어를 탈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결론짓고 말았다. 더이상 누님의 단칸방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도 도리가 아니므로 어머님을 따라서 시골로 내려가니 새벽이면 경운기를 끌고 소를 몰고서 들로 밭으로 나가는 동료들을 볼때마다 내가 있을 자리는 이 골방의 이불속이 아니라 저들과 함께 일하러 가야만 된다는 생각에 미칠듯한 회한이 몰려와서 힘 없는 다리를 억지로 뻗어보며 가슴을 쥐어 뜯으며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차라리 죽음만도 못할 절망이었다. 보따리 장사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어머님께서 아침 한 숟가락 뜨고 나가시면 저녁이 늦어서야 돌아오시므로 점심 차려줄 사람이 없어서 점심은 매일매일 냉수 한그릇으로 대신하려니 어찌나 배가 고프고 속이 쓰린지 그것 또한 못할 짓이었지만 그래도 그것도 습관이 되니까 참을만 했다.
어느날 장사를 나가셨던 어머님께서 여느날보다 일찍 웬 젊은 아가씨를 데리고 오셨는데 전에 없이 희색이 만연했다. 의아하게 그 아가씨를 멀뚱멀뚱 쳐다보는데 어머님께서 「이 처자가 너같은 사람을 모두 고쳐주는데를 알고 있다기에 함께 왔다」하시며 그 아가씨를 나에게 소개했다. 그 아가씨의 말에 따르면 대구 어디쯤에 영험한 목사님이 계시는데 나같은 앉은뱅이는 물론이고 소경과 귀머거리 벙어리까지도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기적으로 모두 고쳐서 성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다는 것이다.
길에서 땀을 식히시는 어머님을 만나게 된것도 모두 하느님께서 자신을 시켜서 나를 데려오라는 계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그 아가씨의 말이 그토록 솔깃하게 들렸던 것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바로 그 심정이었다. 처음보는 그 아가씨를 집에선 하룻밤 재워주고 다음날 아침 헌금이라도 듬뿍하면 더 많은 은혜를 받을지도 모른다면서 없는 살림에 주머니를 털어서 있는데로 돈을 다 쥐어주시는 어머님의 심정을 왜 모르랴. 택시를 대절하여 대구로 향하는 차안에서 그녀는 내귀에 대고 속삭였다. 「하느님의 은혜로 완치되면 결혼하여 온 세상에 주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살아가자」고 20세에 두다리를 잃고서 30세가 가깝도록 여자라고는 어머님외에 그림자도 보지못한 노총각에게 그녀의 그 말은 그 어떤 유혹보다 달콤한 유혹이었고 정말 두다리를 고칠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가질수가 있었다. 그녀가 이끄는 데로 찾아간 곳에서는 마당에 커다란 천막이 처져 있었으며 이미 수많은 병자들로 가득차 있었고 건물안에서는 젊은 목사가 어떤 말 못하는 벙어리를 위하여 열심히 기도하고 있었다. 30여분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그 사람의 혀가 풀리기를 기도하자 그 사람은 갑자기 혀가 풀렸다면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하느님 만세」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건물안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찬송가를 부르며 앞다투어 헌금궤에 돈을 넣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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