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에 실시된 지방자치 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를 계기로 해 우리도 이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오랜 중앙집권적 전통을 가진 우리에게 있어서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하나의 거대한 국가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권위주의 시절 지방자체에 대한 욕구는 정치적인 민주화에 대한 요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원의 직접 선출이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말미암아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우리에게 대단히 큰 정치적인 사건으로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교육장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또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지방자치가 갖는 보다 중요한 의미는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복리를 증진시킬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일 것이다.
즉 중앙정부에 의한 일률적인 행정이 아니라 근접행정을 통해 지역주민의 다양한 선호와 요구에 대응하는 행정을 실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지방자치제도가 갖는 보다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특히 공공서비스 급부에 있어서 지방 정부간 경쟁이 심화되면 될 수록 지방행정에 있어서 대담한 실험이나 혁신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가 제공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주민의 부담에 의해서 지방자치제가 운영되는 경우 공공서비스의 비용에 대한 의식이 높아짐으로써 지방 정부의 의사결정이나 정책 집행이 보다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 주민에게 책임을 지는 행정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갖는 이러한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지방자치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또 이를 담당할 수 있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선출했다고 해서 우리가 갖는 희망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거대한 실험이 성공적인 실험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앞으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대단히 많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일선기관으로서가 아니라 참으로 주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주민의 입장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행정 및 재정적 자율성이 향상돼야 할 것이며, 또한 지역주민의 다양한 행정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및 행정능력을 향상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깨어있는 지역주민들이 없다면 이러한 지방정부의 자율성 및 능력의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들이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눈치를 보게 하고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하며, 또한 지역주 민에게 약속한 바를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자기 혁신을 기하는 것은 오직 이들이 지역주민들을 참으로 두려워할 때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지역주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지방정부의 행정활동을 끊임없이 감시, 견제하며 지역일꾼의 선출에 있어서도 누가 참으로 주민생활의 편의를 증진시켰고 증진시킬 수 있는가를 잣대로 삼는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 「생활자치」가 이루어져야만 지방자치제도가 성공적으로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깨어있는 시민들과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지방자치제도는 또 하나의 명망가집단을 만들어내는 의례적인 행사로 전략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소수의 지역 에리트들에 의해서 지방정부의 행정적 방향이 결정돼버리는 그리하여 또하나의 이익집단이 탄생하게 될 위험성 또한 크다고 할 것이다.
이 거대한 실험이 성공적인 실험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공동체의 깨어있는 일원으로 우리 모두가 지방자치의 주역이라는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만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