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풍백화점 붕괴는 사고발생 6일 현재 1천5백여명이란 엄청난 사상자를 낸 대참사로 기록되면서 우리 국가와 국민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위신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망국적인 현장이었다.
이제 더 이상 할 말도, 거창한 구호도, 다짐도 필요없어 보인다. 참으로 부끄럽고 낯뜨거워 견딜 수 없는 지경이다.
외국 언론들이 세계전역에 이 붕괴사고를 전하면서 토하는 촌철(寸鐵)은 우리의 심장을 오려내듯이 아프게 찌른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지는 삼풍붕괴를 『성장제일주의라는 병에 걸린 전사회적병적 증상이 불러온 참사』라 했다.
미국의 「LA타임스」는 이번 붕괴를 『한국 건설업계의 병폐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서 『부실자재사용, 공기단축, 건축평수 추가 등 관행화돼있는 건축법 위반사례가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부적절한 감리제도와 뇌물수수가 최대의 문제점』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에서는 최근 1년동안 대형참사가 끊이지 않았다』면서 『일본과 달리 공공공사 입찰에 최저가격이 없어 덤핑과 뇌물이 횡행한다』고 평했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번 사고가 『날림공사에다 피난유도마저 늦은 인재(人災)』로서 『큰 사고가 날때마다 만전의 대책을 지시했던 김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수차례의 대형참사가 터질때마다 목청을 높여 관련자들을 성토하고 대책을 세워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하겠다던 말들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되었고 어디를 가던 불안과 초조함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국민 모두가 대형사고 노이로제환자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책임이 과연 누구한테 있는가?
세가지의 풍요로움을 내세운 삼풍(三豊)은 이제 「성급함」과 「부정직」그리고 「무책임」의 삼풍(三風)으로서 그 추하고 흉한 모습을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이제는 이 삼풍(三風)이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한다. 하루 매출액이 줄까봐 죽음의 위험을 보고도 사람을 대피시키지 않은 썩은 양심, 돈에 눈이 멀어 불법과 부정을 눈감아 준 관련 공무원들, 그리고 부실공사로 떼돈번 악덕기업인들 이들 모두 인간쓰레기들로 땅속에 묻어버려야 할 것이다.
이제 7월 1일부로 주민이 직접 뽑은 지자체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이 업무를 개시했다. 이들에게 새롭게 한가닥 기대와 희망을 걸어본다.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일은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위험이 예상되는 곳은 시급히 손을 써야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그후는 아무것도 할 수도, 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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