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은 뭐가 나쁘고 어쩌고 저쩌고」그러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그럼 니네는 뭐가 잘났나」대들며 논쟁을 하곤 한다. 물론 승부가 잘 나진 않지만 그 사람들 앞에서 지고싶은 마음은 없기에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모든 일을 너무 빨리 하려고 든다」는 그들의 주장을 들을 때마다 겉으로는 반박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그래, 너의 말이 맞다」고 동의를 하곤 한다.
내가 생각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잽싸고 날쌔다. 덕분에 오늘날 그래도 이만큼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점은 분명히 고쳐야 할 부분이다. 솔직히 나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든지 빨리 빨리 하는데 1등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후딱 해치운다. 일은 빨리 진행되고 금방 끝날지 몰라도 그 덕분에 부실한 부분이 많이 생긴다. 그것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고 말이다.
지난 29일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역시 「빨리빨리」병 때문에 일어난 사고 가운데 하나이다. 지어진지 불과 5년 밖에 안되는 호화백화점 건물이 순식간에 땅 속에 가라앉았다는 사실은 「빨리빨리병」외에 그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빨리빨리병의 밑바닥에는 아주 무서운 것이 깔려 있다. 다름아닌 인명경시풍조이다.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지 죽든지 말든지 나는 상관하지 않고, 내용이야 어떻든지 겉만 그럴듯하게 하겠다는 불성실함이 그것이다.
우리는 정말 느긋해져야 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염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인재에 의한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마음과 자세는 곧 우리 자신을 죽이는 길임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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