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중에 내가 즐겨드리는 기도는 「주의 기도」이다. 일의 시작과 끝에 걸음을 옮길때, 하던 일을 멈추고 성제조배를 할 때 잠깐 잠깐 이 기도를 드린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나는 자주 여기서 멈춘다. 마치 아버지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아이가 고개를 들어 「아버지」하고 불러 우리 아버지가 세상에서 최고다라는 뜻을 전하는 어린이가 된다.
어떤 신자 할머니는 주의기도를 당신이 알기 쉽게 풀이하시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우리를 꼬랑창에 빠치지 마시고 나 쪼깐 구해주쇼잉?」하고 바친다니 웃음도 나왔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신부님의 사목을 돕던 시절의 일이다. 어느날 나는 신부님에게 그동안 쌓아놓고 말못했던 감정들을 폭발시켜버렸다. 남존여비 사상이 바윗돌처럼 자리잡고 있는 가톨릭의 조직풍토 안에서 나의 일방적인 이런 행동은 저돌적인 것임이 틀림없었다.
수녀가 그럴 수 있느냐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로는 앉아서 긴 시간동안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 하였으나 잘 풀리지 않아 먼저 일어서려고 할 때 신부님이 나를 붙잡았다.
『수녀님! 우리 기도하고 끝냅시다』. 순간 나는 황당한 기분이었다. 신부님은 기도를 선창하셨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듯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그후 신부님과의 관계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도가 생활화 되신 그분은 부드럽고 넓은 마음으로 풋내기 수녀를 늘 도와 주셨다.
주의 기도는 나의 생활기도이면서 또한 나의 신앙고백이다. 그래서 주의기도가 생활 속에서 꽃피는 삶이 되고자 애쓰나 넘여져 코가 깨질때가 많아. 그러나 눈을 뜨면 날마다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사랑의 힘에 밀려 나는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용기를 잃지 않는다.
지금까지 집필해주신 신경남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주부터는 김인숙 구녀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