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바구니가 내게로 다가오자 그녀는 얼른 나에게 눈짓을 하며 돈을 넣으라고 하기에 나는 어머님께서 챙겨주신 돈가운데 3분의 1정도를 꺼내 헌금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그 건물안에서는 그렇게 매일매일 한사람씩 병고침을 받고서 떠나갔고 일주일이 지났을때 내 수중에는 돈 한푼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이제 헌금을 많이 했으니 천막에 나가서 기다리면 차례대로 불러 들일거라는 그 말만 믿고 나는 천막으로 옮겨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하루세끼 빵을 한두개씩 얻어 먹기도 하며 며칠을 보냈다. 어떤날은 금식하는 날이라면서 아예 물한모금조차 마실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차례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얼마안가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먹고 굶으며 기다린지가 한달이나 되었다고 했고 또 어떤이는 『모두 속임수로 다 짜고 하는 짓』이라면서 천막을 뜯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그곳에서 병이 치유되면 결혼해서 함께 복음을 전파하며 살자고 하던 그녀는 나를 천막으로 보내놓고서는 콧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 더 급한 일은 바로 제대로 누울곳이 여의치 않아 계속 앉아 있음으로 인해 엉덩이가 짓무르기 시작하는 그것이었다. 누워서도 자꾸만 움직여 줘야 욕창이 생기지 않는 법인데 옴짝달싹 못하고 꼬박 앉아 있기를 보름이상 지내고 보니 욕창은 더욱더 깊어만 갔고 그곳에 더이상 머물러 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수중에는 돈한푼도 없어 집으로 돌아갈 길 조차도 막막한 형편인지라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나는 겨우 옆사람에게 우표값과 편지지 봉투를 빌려 편지에다 지금의 처지를 설명하고 나를 하루속히 집으로 데려가 달라는 내용을 적어 부산의 누님집으로 보냈다.
그렇게해서 편지를 보낸지 닷새가 지난 저녁무렵 누님은 트럭을 대절하여 군용침대를 함께 실어 나를 데리러 왔다. 그레서야 나를 처음 이곳으로 데려왔던 그녀가 불쑥 나타나 『내일 모레면 차례가 돌아 오는데 왜 떠나려고 하느냐』면서 나를 붙잡앗지만 난 더이상 그녀를 쳐다 보지도 않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방바닥에 누워 뒹굴면 욕창이 생길까봐 안그래도 침대 하나 마련해서 집에 다녀오려던 참에 내 편지를 받았다는 누님은 더이상 헤질 곳이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돼버린 내 엉덩이를 살펴보고는 울음을 터뜨리셨다.
약국에서 약을 한보따리 사가지고 와서 소금물로 씻어내고 상처부위를 열심히 소독하며 치료해준 누님의 정성어린 간호덕분에 욕창은 거의 아물었지만 그 여자에게 속아서 대구까지 갔다온 내 마음의 상처는 점점 깊어져만 갔다. 난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깜쪽같이 죽어버릴 방법이 없을까」하는 궁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침 7시면 김천시내로 등교하는 동네 학생들이 내가 누워있는 방 창문앞을 지나갔다. 누님께서 사다주신 침대에 누워 있다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면 창밖을 내다 볼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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