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여덟명의 자매(수도자)들과 살고 있다. 이런 대식구들과 살때는 으레 잡음이 있기 마련이지만 각자가 지닌 다양한 성격과 재롱들로 인해 내 개인의 생활은 훨씬 풍요로움과 기쁨을 맛보고 산다고 볼 수 있다. 그들 각자가 한가지의 기쁨을 전한다 하더라도 나는 열 여덟 가지의 기쁨을 전해 받는다.
새벽이면 남보다 먼저 일어나 성체 안의 주님을 바라보고 있는 자매의 눈동자는 나를 기쁘게 한다.
식사당번날, 특별메뉴를 해주기 위해 요리책을 펴놓고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숯불에 선풍기까지 동원시키는 자매의 분주함은 나를 기쁘게 한다.
어제 뒤뜰에서 본 아직은 콩알만한 포도송이, 오늘도 보고싶어 돌아가 보니 종이봉지에 곱게 감싸여 있었다. 자매의 숨은 애덕이 나를 기쁘게 한다.
『수녀님 죄송해요, 사실은 수녀님이 아직도 저에 대한 관심이 남아 있나 확인해보고 싶어 저질었어요』. 무단결석으로 속을 태운 제자의 편지를 보고 또 기뻐하는 자매의 설레임은 나를 기쁘게 한다.
설거지 반장 하겠으니 추천해달라는 두자매의 감투욕은 나를 기쁘게 한다.
주일학교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술래잡기에 빠져 있는 자매의 천진함은 나를 기쁘게 한다.
오락시간이면 서투른 훌라후프를 돌려서 공동체를 웃기는 자매의 명랑함은 나를 기쁘게 한다.
집안이 바쁘다 느껴지면 슬그머니 다가와 내 곁에 서있는 자매의 투철한 동반자 정신은 나를 기쁘게 한다.
옛말에「집안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집안에서 기쁘게 살때 밖에 나가서도 기쁨의 사도가 된다는 말로도 풀이될 수 있겠다.
그러나 기쁨은 그저 굴러 들어오는 복이 아니라 서로 노력의 대가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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