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느님의 오묘한 배려에 무릎 꿇어 감사드린다.
설혹 주님을 믿지 않는 이라 할지라도 천우신조란 말을 되풀이 했을 법한 위기 모면이었다.
풋내기 신자일망정 주님을 믿는 나로서 『주님 감사합니다』를 어찌 연발하지 않을수 있으랴. 이 벅찬 감사를 홀로 간직하고 흘려버릴 수가 없어 함께 나누고자 한다.
수백명 사상자를 낸 참사,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나는 가톨릭신문사의 유럽 성지순례에서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날 김포공항 도착은 예정보다 70분이나 앞당겨졌고 그 도착시간을 가족들에게 미리 알렸건만 막상 도착해 보니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다.
기분이 언짢아져서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미 세시간 전에 며느리가 마중을 나갔다는 것이었다. 이웃에 사는 딸도 아니고 삼풍백화점 가까이 사는 며느리가 공항으로 출발했다니 이상해서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분당 집보다는 공항이 가까워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에 넘겨 버렸다.
한시간이 지나도록 며느리를 만나지 못하고 택시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순간 고운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도착 항공편 KE916를 961로 잘못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설혹 항공기 편명을 가르쳐 주었다 해도 그리 넓지 않은 공항에서 며느리와 운전사가 나를 발견하지 못한것도 우연치고는 이해가 가지않는 부분이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며느리에게 고운 말로 대하지 못했던 것을 회개하는 참인데 퇴근한 아들로부터 카폰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 자동응답기를 작동시켜 보니 「물건을 바꿔놨는데 왜 찾아가지 않느냐」는 독촉전화를 했더라는 것이다.
그 전화가 걸려온 시간은 5시 18분이라고 기록돼 있었단다. 녹음내용을 들은후 습관적으로 TV를 켜니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고 흥분하고 있었다.
예정에 없이 공항에 나온 일, 길이 엇갈려서 예정시간대로 만날 수 없었던 일 등은 며느리가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오묘한 주님의 섭리였다.
며느리는 나와의 만남이 순조로왔다면 백화점 붕괴시간에 맞추어 그 곳에 갔었을 것이다. 학교 귀가길에 마침 백화점을 들리려 했던 며느리는 아들의 권고에 따라 솔직히 자ㆍ타의 반반으로 공항에 나왔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효도의 뜻도 한몫 부추겼으니 주님은 참으로 오묘하시기도하다.
이 끔찍한 참사를 막아주시려고 그렇게 일을 조정하셨는데도 미련한 나는 그것도 모르고 가족들이 공항에 늦게 나왔다고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던 것이다. 죄책감과 솟구치는 감격에 가슴이 막혀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주님께 감사하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꼭 지킬수 있도록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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