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사건으로는 건국이래 최대 참사로 기록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매스컴에서 홀대(?)를 받으면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온국민을 경악케 했던 성수대교 붕괴사고,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사고와 같이 삼풍참사도 그렇게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찢어지는 아픔과 슬픔을 보면서도 우리는 어쩔수 없이 일상(日常)으로 돌아오고 있다. 수많은 목숨을 무더기로 잃은 것 말고는 미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없는 위험투성이의 사회로 꾸역꾸역 다시 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붕괴사고 27일째인 7월 25일 현재 확인 사망자만 4백58명을 헤아리고 아직도 수많은 실종자를 남긴채 구조와 수습작업이 마무리된 폐허를 바라보면서 사상 최악의 비극을 되돌아 본다.
이번 사고의 최대 피해자는 아무도 그 아픔을 대신해 줄 수 없는 실종자 가족들이다. 생존자 발견으로 한때 희망을 가졌던 이들은 난지도 쓰레기장에 버려진 콘크리트 더미에서 유품이라도 찾으려는 노력을 쏟으며 국민들의 심경을 울리고있다.
아내와 두 자식을 한꺼번에 잃고도 주검조차 찾지못한 30대 초반의 현직 검사, 곧 결혼할 약혼녀를 잃은 청년, 간식 먹으러 백화점에 들렀다 급우를 잃은 여고생 등등 이들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만나는 이웃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슬픔은 더 크다.
그러나 갖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인명구조활동을 벌였던 시민구조대 및 119구조대원들과 각계각층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은 폐허 속에서 피어난 인간승리의 쾌거였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인명구조작업은 물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원봉사활동이 이뤄진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희망이 살아있고 사랑이 메마르지 않았음을 보여준 표징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흥분한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줄 자원봉사요원이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전문상담인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희생자 가족의 말동무가 돼줘 이성을 되찾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분야를 우리 교회가 떠맡았으면 좋겠다.
사망자 신원확인과 보상, 부상자 치료, 유류품 처리 등 본격적인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차제에 긴급봉사체계를 새롭게 갖춰나갈 계획이라는 강남성모병원 등 교회당국의 실질적인 활동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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