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일이와 대현이는 사촌간, 둘은 중 2년생들입니다. 그러나 현일이가 몇 달 먼저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형이 되고 대현이는 동생입니다. 대현이는 현일이를 「형」 「형」하며 잘 따릅니다. 현일이도 대현이를 동생으로 알고 게임을 하다가 자기가 이겼다고 우겨도 잘 양보해 줍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현일이의 변한 모습에 할머니의 실망이 대단합니다.
『현일아! 텔레비전만 보면 어떡하니? 공부도 해야지?』 『알았어요 안 보면 될거 아니예요』. 그 말투 퉁명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현일아! 왜 그렇게 묻는 말에 툭툭하지? 너 참 많이 변했다』 『이유 신경질나게 왜 그래요?』
할머니가 하는 말에 현일이는 꼭 꼭 말대꾸를 합니다. 행동 또한 청개구리처럼, 서쪽으로 가라 하면 동쪽으로 가고, 동쪽으로 가라 하면 서쪽으로 갑니다.
오랜만에 할머니 댁에서 현일이와 대현이가 만났습니다. 청소하기 힘드니 어질지 말고 놀라는 할머니의 말씀이 싫어 현일이는 현관에 있는 농구공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예전처럼 잘 다녀오겠다는 말도 없이….
대현이도 나가려고 합니다. 할머니는 대현이를 붙잡고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당부합니다.
『대현아! 형이 왜 저러지! 너까지 물들까 걱정스럽다. 형에게 좋은 것만 배워라』 『할머니 염려 마세요. 형이요 지금 사춘기예요』 『뭐 사춘기 너도 사춘기냐?』 『아니요 전 작년에 했어요』
그러고 보니 대현이는 올 들어 고분고분해졌다고 느껴집니다. 대현이는 형의 뒤를 쫓아 아파트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갑니다. 『형, 같이가』
베란다에 서서 두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는 참 세월의 빠름을 실감합니다. 손자녀석들이 저렇게 의젓하게 자라주다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지만 현일이의 행동거지가 영 신경쓰여 당신의 의논상대자인 성모님을 불러봅니다.
『성모님! 우리 현일이 고놈의 사춘기가 언제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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