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축사상 미증유의 참사를 빚어낸 상품백화점 붕괴사고는 충격을 넘어 전 세계인의 경악을 자아내기에 족하다.
어느 시기 어느 때던 건물붕괴 사고는 늘 있었지만 그것은 천재지변이나 화재 등 물리적 원인에 의했을 뿐, 멀쩡하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시루떡처럼 폴삭 내려 앉았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다.
관계기관별로 붕괴원인을 인재(人災)니 관재(官災)니 하며 기술적으로 규명하고 있으나 한강 성수대교에 이어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 그리고 이번 삼풍붕괴는 인간의 욕심과 불성실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천앙(天殃)인 것이다.
기술부족, 부실공사 및 감독기관의 업무태만 등으로 원인을 돌리기에 앞서 먼저 고쳐야 할 국민성 몇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일이 터지면 관계기관이나 담당자에게 알리기 보다 「쉬쉬」하며 은폐하는 습성이 생활화 돼있다. 보고하고 욕먹느니 「어물쩍 넘기면 누가 알겠느냐」라는 식이다.
둘째, 「괜찮다」라는 말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이 낙천적(?)인 용어는 설마와 관계있고 무사안일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철저하고 정직하게 살려는 사람까지 의욕을 떨어뜨리고 매사를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악재로 되어왔다.
셋째, 「됐어요」라는 말로써 대충 만족하는 이 고질적인 사고는 적당주의에 빠져 원칙을 무시하며 내실보다 외형에 치우쳐 사람의 눈만을 만족시켜 주다가 삼풍같은 비극을 초래케 만들었다.
부실은 건설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있으며 그런 와중에도 법을 지키며 제대로 하려는 사람은 주변머리 없고 꽉 막혔다고 따돌림만 당하다가 배척당하는 세태에 이른 것은 개탄치 않을 수 없다.
물건이라면 뜯어 고치면 되고 제도는 개선하면 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럴수 없는 일, 본태적 양심으로 돌아가는 길 밖에 없다.
진실과 원칙을 지배한 사회가 이룩돼야 하고 구약에서 벗어나 국민의식을 개혁하는 길만이 제2의 삼풍참사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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