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50주년, 남북분단50년을 맞는 금년은 우리교회로서도 특별한 의미와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일제 36년간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해방이 우리교회와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아울러 분단50년을 통일로 이끌어가는데 우리교회가 담당해야할 역할 역시 결코 적지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방50주년은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할 역사적 시점에 서있음을 일깨워주며 분단50년은 우리에게 통일을 위한 노력과 책임을 더한층 깊이 자각토록 재촉하고 있다.
먼저 조국의 해방이 우리교회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은 해방일이 성모승천대축일인 8월 15일이었다는 사실이다. 성모승천은 4세기 중엽부터 우리교회에서 지켜내려온 축일로서 6세기에 이르러 8월 15일로 축일이 확정됐으며 1950년 11월에는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믿을 교리로 선포될만큼 성모축일 중 가장 중요한 축일로 지내오고있다.
비신자들 입장에서는 해방일과 성모승천대축일과의 관계를 아예 인정하지 않거나 우연의 일치로 치부해버릴 수있다. 그러나 우리는 조국의 해방이 성모님의 특별한 은혜로 가장 영광스런 성모축일에 이루어졌음을 확신하지 않을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교회 초창기부터 성모님과 이땅 이겨레와의 관계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1831년 9월 9일 북경교구로부터 조선교구가 분리독립될때 조선반도의 주보로「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가 정해졌으며 이때부터 성모님은 이나라와 한국민의 주보가 되셨다는사실이다.
그후부터 김대건 안드레아를 비롯한 많은 선교사들의 조선입국과 사목활동중 어려운 고비마다 성모님의 보살핌이 늘 있었으며, 교구주보로 성모님을 모시고 있는 대구대교구의 경우 교구설정과정에서 성모님이 베풀어 주신 여러가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성모동굴을 건립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라하겠다.
이처럼 한국교회의 주보이며 교구와 수많은 본당들의 주보로 성모님이 모셔지고 레지오마리애를 비롯한 많은 성모관련 신심단체들이 국내에서 활발이 활동하면서 성모님과 한국교회는 특별한 관계를 밎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성모님의 특별한 은혜로 해방된지 반세기를 맞으며 현재의 한일관계를 되돌아 볼때 양국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쌓여있음을 알수있다.
최근 조선일보가 한일국교정상화 30주년을 맞아 일본마이니찌신문과 공동으로 실시한 양국인식조사(한국측-20세이상 남녀 9백24명, 일본측-2천1백94명대상)에 따르면 한국민이 일본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로「과거에 대한 사죄와 보상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 84%로 압도적이었다.
그리고「일본이라면 왠지 싫어서」(63%), 「학교에서 나쁜나라라고 배워서」(22%) 등이 그다음 이유였다.
일본인들도「과거 사죄와 보상문제」로 한국에 친밀감이 덜하다는 답이 63%였고, 「한국이라면 왠지 싫어서」(42%), 「알고있던 한국사람이 싫어져서」(11%)순이었다.
이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앞으로 양국관계를 정상화해나가는데 선결과제는 일본측의 과거사반성과 정당한 피해보상이 관건이다.
바로 이 문제해결을 위해 한ㆍ일 양국 가톨릭교회가 주교회의나 정평위 또는 주교개인 차원에서 일본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음은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양국교회는 광복50주년을 넘기기전에 일본정부의 사죄나 종군위안부 보상이 원만히 해결될수 있도록 협력과 공동보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분단50년은 남ㆍ북 양쪽이 체제유지에만 급급한 나머지 1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이나 민족의 동질성상실의 중대사는 외면해온데 대한 뼈아픈 반성과 책임을 통감하게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광복과 분단 50주년의 날에」발표한 메시지에서『분단이 비록 우리민족의 책임은 아닐지라도 분단의 상황이 반세기에 걸쳐서 지속되어온 것은 분명 우리 겨레가 하느님이 명하신 화해와 일치의 가르침을 거역하였거나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평협이 8ㆍ15 메시지에서 『남과 북의 위정자들은 이제까지 정권유지 차원에서 다투어온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의 회해와 통일을 위한 차원으로 승화시켜주기를 바란다』면서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할 것』을 호소한것에 귀기울여야할 것이다.
바로 이와같은 맥락에서 서울대교구가 금년 3월 1일에 「민족화해위원회」를 구성하고 매주 화요일 민족화해미사를 봉헌해오고 있음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조처로 생각된다. 뿐만아니라 민족화해위원회가 금년 10월부터 내년4월까지 민족화해학교를 개설, 평화통일교육에 나선것은 오늘의 우리 현실에서 역사적 소명의식을 실천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쾌거로여겨진다.
이제 한ㆍ일관계를 정상화하고 통일을 앞당기기위한 노력과 활동은 정부에만 맡겨둘수 없다. 우리교회가 이 일에 적극 동참하고 나설때 그 성과는 보다 빨리, 보다 확실히 열매로 거두어질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이 해방50주년 분단50년의 길목에 서있는 우리 교회가 이 나라와 이 겨레를 위해 할수있는 최선의 일임을 잊지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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