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저녁 7시가 되면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민족의 화해를 위한 기원미사가 봉헌된다. 지난 3월 7일 첫 미사가 봉헌된 이래 오는 8월 15일 화요일이면 모두 24차의 화해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 그동안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민족 화해를 위한 기원미사에는 매해마다 1백명에서 70명가량의 신자들이 참석, 「소박한 마음」을 모두어 「엄청난 지향」을 두고 봉헌해 왔다.
민족화해미사의「엄청난 지향」은 다름아닌 민족의 통일이며 민족의 화해다. 광복50주년이 되면서 동시에 분단50년이라는 우리 민족의 최대난제를 풀기위해 시작된 민족화해미사는 따라서 그 지향이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지난50년간 여러 위정자들이, 모든 정치가들이, 무엇보다도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도 염원하고 시도했건만 이루지 못한「통일」을 민족화해미사는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통일은 물론민족의 화해를 겨냥하면서 매주 1회씩 정기적인 미사를 봉헌할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은 바로 민족화해위원회의 탄생에 그 뿌리를 두고있다. 광복50주년을 맞이하면서 동시에 분단50년의 뼈져린 역사를 받아들여야 하는 올해 3월 1일을 기해 서울대교구는 교구장 산하에 민족화해위원회를 발족시킨바 있다.
『광복50주년을 민족의 경사로만 이해하지 않고 그리스도교의 오래된 전통에 따라 민족의 희년으로 받아들이며 화해와 일치의 역사를 새롭게 이룩해 나가고자 한다』는 선언과 함께 발족된 민족화해위원회의 탄생은 바로 민족화해위원회의 발족 의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민족화해위원회는 발족 선언에서 『어떠한 경우에라도 상호간에 사랑과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일을 배격하며 참다운 평화와 일치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희생제물로 바치고자 한다』는 전제를 내걸고『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2천년을 기념하게 될 때까지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을 줄기차게 지속하면서 진정한 평화가 이 땅에 뿌리내리는데 우리의 모든 힘을 바치고자 한다』고 선포하고 있다.
민족화해위원회는 이 발족 취지에 따라 매주 화요일을 「화해의 날」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명동대성당에서 정기적인 민족화해 미사를 봉헌해 오고 있는 것이다. 민족화해 미사는 일시적 외향적 성격의 행사가 아니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례자 각자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주인으로서 그 역할과 소명을 스스로 일깨우도록 시도하고 있는 민족화해 미사는 따라서 모든 참례자가 자발적으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특별한 홍보나 광고를 시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결과(?)는 그동안 민족화해 미사 참여자 수를 통해 정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동원되지 않은 자발적 참여자가 많게는 1백명, 적게는 50명에서 70명선에 머물고 있는 이 현실은 통일과 민족화해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 그 현주소가 아닐수 없다.
이같은 현실은 지난 10수년간 북한선교위원회가 역시 민족의 통일과 북한선교를 지향하며 봉헌해온 월정미사의 현실과도 맞물리고 있다. 주최측의 끈질긴 노력과 땀흘림에 의해서 이어지고 있는 북한선교를 위한 순회미사역시 아직은 유아기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교회의 통일노력과 관심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과 북의 통일은 결코 위정자들만의 힘으로는 풀어낼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몇 사람의 정치놀이나 경제적 접근만으로는 이루어 낼 수가 없다. 뿐만아니라 남북의 분단을 진두지휘하고 고착시켜온 장본인들인 외세, 즉 열강들의 이익다툼속에서 우리의 통일이 또다시 저울질 당해서도 결코 안 될 일이다.
이제 통일과 민족의 화해는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 그 일은 남과북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키워나가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지난 50년동안 견고하게 굳어진 불신과 미움의 벽을 허물어 나가는 일에서부터 우리의 민족화해와 통일을 향한 문을 열어나가야만 할것이다.
그 일에 앞서 우리에겐 우리안에서 조차 이루어지지않고 있는 화해와 일치의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내것과 우리의 것이 우선하며 남의 것과 이웃의 것을 경원하는 고질적인병, 집단이기주의를 하루빨리 벗어버리는 일이 시급하다. 고회안에서 조차 횡행하고 있는 이 집단이기주의를 교회가 앞서 스스로 벗어내지 않은한 교회의 통일노력과 의지는 한낱 물거품이 될 수가 있다.
화요일 저녁 7시 명동대성당의 민족화해 기원미사는 바로 우리 안에 팽배한 이기주의를 벗기위한 작은 시작일 수도 있다. 민족의 회해와 일치, 통일을 지향하는 엄청난 꿈을 현실로 이루어 내기 위해선 우리안의 화해와 일치가 전제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광복50주년 그리고 분단50년을 맞는 오늘, 진정한 의미의 통일과 민족의 화해를 이루어내기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화요일, 명동대성당의 민족화해기원미사가 우리모든 신자들의 「화해의 날」로 자리 잡는날, 우리는 어쩌면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한발짝 앞당길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