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떤 양심들이 이렇게 남의 집 문 앞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거야?』
필로메나 아주머니가 오늘은 동네사람 들으라는듯 외치셨다. 사실 나도 매일 아침 수북히 쌓인 대문앞 쓰레기를 보면 짜증만이 아니라 화가 난다. 더구나 그 뭉치들은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은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시에서도 가져가지를 않아 며칠이고 음식썩은 냄새에 파리떼가 들끓고 있다. 수녀원이니까 괜찮겠지 하고 버린다 하더라도 제발 규격 쓰레기봉투를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우리동네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봉투값 몇백원이 없을 정도로 쪼들릴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어제는 빨간글씨로 이렇게 써붙이고 싶었다.「쓰레기 버리러 오셨나요? 규격봉투가 아니군요. 봉투값이 없으시다면 수녀원으로 오세요. 도와드릴께요」라고.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어느날「저…봉투값 준다고해서 왔는데요」라는 어이없는 일까지 생길까봐 꾹 참았다.
작년 여름, 나는 충청도 서산면에 있는 그 좋은 내리 바다 모래사장을 신을 신고 다녀야 했다. 누군가가 버린 깨진 유리조각들 때문이었다. 해질 무렵에는 파도와 좀 더 가까이 하고파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다가 무심코 주위를 보았다. 여기저기 바위틈새에는 라면봉지와 과자봉지들이 뭉쳐 있었다. 나는 파도구경을 뒤로하고 주섬주섬 쓰레기를 주었다. 버려진 쓰레기들은 자연이나 우리들의 생활환경을 오염시킨다. 하지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인간의 행위는 사람의 마음을 오염시키는 공해였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어떤 특정한 이들만이 행한다기 보다는 우리 모두 깨어살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행동들이라고 본다.
버려진 쓰레기보다, 버리고 간 이의 행동이 나를 찌푸리게 함을 보면서, 혹 나의 어떤 행동들이 남의 마음을 오염시키는 공해가 되지 않았는지 다시 여미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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