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를 쓰지 못해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나에게 소대변도 제대로 못 가리는(그때 동네사람들은 모두 나를 그렇게 생각하였다) 나에게 여자가 그냥 평범한 여자도 아닌 반신불수인 어리고 예쁜 여자가 찾아왔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온 동네에 퍼졌고 생전 과자를 안 사 먹던 사람들까지 과자를 서러 왔다는 핑계로 우리집엘 찾아와서 그녀를 구경삼아 힐끗힐끗 쳐다보고 갔지만 우리에겐 이미 그런일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획신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집에서 주일미사 참례를 하려면 30여분 걸어 나가서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가서도 한참을 걸어가야만 하였지만 그녀는 매주일 참으로 열심히 미사참례를 하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혼자서 주일미사 참례를 하더니 한동안 지나자 나와 함께 가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이런 몸으로 그녀를 따라 나선다는 것도 부끄러웠고 성치못한 사람이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더욱 쳐다볼 것 같아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막무가내로 함께 가자고 졸라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성당까지는 따라가기는 하엿지만 성당입구엔 높은 계단들이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것을 핑게로 난 마당에서 어슬렁거리고 그녀 혼자 미사참례를 하고 돌아 왔는데 그날밤 그녀는 이불속에서 소리죽여 흐느끼는 것이었다.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친정부모님께서 성당엘 안 나가셔서 그것이 가슴이 아파 성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고 나를 만나서 함께 미사참례 하는 것이 큰 소원이었는데 성당까지 가서도 미사참례를 하지않고 돌아오니 너무나 속이 상해서 운다면서 밤 늦도록 자꾸만 우는 바람에 이 다음에는 꼭 성당 안에까지 들어가서 미사참례를 하겠다고 굳게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그녀를 달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나의 신체적인 특성상 주일마다 미사참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 했다.
휠체어에 앉아서 오랫동안 있으려면 엉덩이에 피가 몰려서 근 보름동안은 계속 물파스를 발라주며 근육을 풀어줘야 다음번 외출이 가능하므로 괜히 무리하다 욕창이라도 생긴다면 여간 고역이 아닌 점도 있었지만 택시를 대절하여 성당에 다녀야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매주일 미사에 참례하였고 나는 한달에 한번만 미사참례를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내가 배운바에 의하면 세례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성체를 모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녀는 번번이 성체를 모시지 않는 것이었다. 이상해서 물어 보았더니 그녀의 대답이 지금 자신의 처지가 나와 동거하는 중이므로 혼배를 하기 전에는 죄중에 있기 때문에 성체를 모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참으로 답답하고 가슴아픈 일이었다. 성체를 모시지 못하면 미사참례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배웠는데…우린 그날부터 9일기도를 시작하여 손을 맞잡고 열심히 간구하였다.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 달라고. 54일간의 9일기도를 마치고 우리는 본당신부님을 찾아 가서 우리의 처지를 말씀드리고 해결책을 주십사고 간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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