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검찰이 5·18사태에 대해『공소권 없음』이라고 최종결정을 내린 것은 한마디로 백주에 눈 감고 하늘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아니 이런 경우는 어불성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수많은 양민을 학살하고 광주시민,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지워지지 않을 아픔을 남긴 5·18만행에 대해 지난해 검찰은 명백히「군사반란」(쿠데타)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 검찰이 그 많은 고소 고발 수사보고서의 말미에 적은「공소권 없음」이란 결정은 허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검찰이 내세우는 근거는「성공한 쿠테타는 내란죄로 처벌할수 없다」는 논리다. 역사적 사실 근거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까지 들먹였다고 한다.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의 비약인지 이해할 수 없다.
절대왕권군주제 시대의 상황을 21세기 운운하며 민주 과학시대를 사는 오늘날에 갖다 대고는 역사적 의미의 동일선상에 있다고 주장하는 검찰의 입장은 차라리 권력앞에 어찌할 수 없는 한국 검찰의 위상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 보다 더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법치국가임을 내세우는 한국에서, 그것도 살인행위임이 백일하에 드러난 5·18사태에 대해 검찰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의 법감정을 지나치게 도외시한 처사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아울러 검찰은 힘없고 선량한 국민에게만 그의 막강한 기소독점권을 휘둘렀을뿐 권력 앞에서는, 정치논리 앞에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한낱「기관」에 불과했음을 역사는 증언할 것으로 생각한다.
5·18고소 고발 사건을 담당한 한 주임검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인터뷰에서「법률적인 판단에 충실했다」고 전제하고,「악법도 법이다는 명제를 법률가로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어려운 법리논쟁은 제쳐두고 서라도, 이것 한가지만 묻고 싶다. 버스를 타고 가던 마을 주민들이 진압군의 무차별 난사로 벌건 대낮에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곳엔 부녀자와 어린 아이도 있었다. 최초의 발표는 진입군에서 시작됐고, 그로 인해 자위를 위해 싸우던 수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렸다. 모두가 사실 자료와 증언으로 확인된 것들이다.
과연 검찰의 성공한 쿠데타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인가. 이같은 만행의 사실은 밝혀내고도 왜 단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비극적인 역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책임자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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