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사고로 전국민이 가슴을 쓸어 내렸던 7월에 교황님의 사과편지는 전유럽의 일간신문의 첫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역사적인 잘못에 사과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교황님의 이 편지도 이전에 계속 말해왔던 것과 조금도 더 달라진바는 없다. 1988년에 공포된 회칙「Mulieris Digitatem」여성의 존엄에서도 이번과 같은 맥락이다. 어쩌면 북경의 여성대회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라고 여겨진다.
역사적으로 볼때 우리 교회의 전통이 반페미니즘이었다는 고정관념이 두텁게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세의 마녀재판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초대교회부터 그리스도교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많은 매력을 주었다. 그러한 사실은 교회역사의 초기시절 개종자들을 교회로 인도했던 사람들도 다름아닌 로마의 부인들이었다는데서 드러난다.
중세에도 여성들은 교회안에서 그 역할이 두드러졌다. 시에나의 가타리니, 아빌라의 데레사, 포르투갈의 이사벨, 스웨덴의 브리지트, 빙겐의 힐데가르트, 노리쉬의 쥬리앙 등이 아닌가. 나는 지난번 쥬리앙이 기도했던 그 작은 방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빙겐의 힐데가르트의 음악이 현대의 팝과 음악을 이용하여「비전」이라는 제목으로 녹음되어 나왔다는 사실이다. 현대미국 작곡자인 리챠드 수더에 힘입어 소프라노 에밀리 반에벨라, 그리고 저메인 프리츠 수녀님이 힐데가르트의 음악을 아카펠라 음악으로 불렀다. 신비주의가 현대인의 감성에 맞는 팝음악으로 나왔던 사실이 마치 기적이다. 문제는 한국의 수도원이 이러한 신비주의를 모르거나 등한시하고 있다.
우리 교황님의 사과편지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우리 여성들은 주변으로 밀려나고 멸시받고 있다. 교황님은 역사적으로 여성들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건들에 대해 사과하셨다.
이제 여성의 힘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는 일은 여성만이 할 수 있다고 본다. 변화와 개혁은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니다.
참된 개혁은 깨어있는 일상주부들의 대담성, 지역자치, 차교육, 환경운동, 성차별을 개혁하는 운동, 반핵운동, 소비자 보호운동, 무엇보다도 생명운동과 농산물 직거래운동이 아닌가. 그리고 중요한 남성과 여성의 문제를 간큰 남자시리즈 등으로 웃고 넘겨서도 안된다고 본다. 우조교 패소는 또한 우리 현실의 무엇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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