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할수록 는다고 한다. 아마 망언도 그런 모양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각료급 인사들이 심심하면 내뱉고 있는 역사 망언 퍼레이드는 아예 습관적이고 반복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잊기 잘하는 우리의 국민성에 발맞추어 잊을만 하면 툭 툭 내던지는 그들의 망언은 고의성이 역력하다.
올해는 광복 50주년의 해이니까 그래도 참새똥 만한 양심이라도 있어 건너 뛰려나 했더니『2차대전은 주변국 침략전쟁이 아니다』는 망언을 터트린데 이어 지난 8일 내각개편으로 새로 기용된 일본의 신임 문부상 시마무라 요시노부라는 사람이 기용된 바로 다음날에 했다는 발언은 의도적으로 이어 지고 있는 그들의 역사 망언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의적이고 또 의도적인 것으로 보아도 무방한 그들의 역사 망언은 지금까지 이어진 그들의 망언 일지를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80년대부터 두드러진 그들의 역사 망언은 여타 자질구레한 사건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본 정부 각료들의 망언만 계산해 보아도 현재까지 10여차례에 이르고 있다.
그 두드러진 망언 사례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82년 일본 문부성은 역사교과서 검정 당시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아시아 진출로 고칠 것을 지시한다. 한국을 비롯 중국 등 아시아 피해국가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은 한동안 아시아 지역을 들끓게 했지만 시간과 더불어 잠재워지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이 잊혀지고 있을 무렵인 86년 9월, 후지오 문부상은『한일 합방은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이른바 후지오 망언으로 다시한번 한국의 자존심을 끍어놓았지만 이 역시『그런 의도의 발언이 아니었다』는 애매모호한 해명성 발언으로 묻혀지고 잊혀지고 말았다.
88년 5월 국토청 장관 오쿠노는 중일전쟁에 대해『침략의도가 없었다』는 발언과 함께 양민 대량학살로 기록되고 있는 중국의 노구교(蘆溝橋)사건을『날조한 사건』이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음으로써 후지오의 뒤를 이었다.
90년대 들어 잠잠해 지는 것 같았던 일본정부 각료들의 망언병은 또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94년 5월 법무상 나가노는『태평양 전쟁은 식민지 해방전쟁』이라는 엄청난 망언을 내뱉은데 이어『남경대학살은 날조된 사건』이라고 떠들었다.
일국의 법을 관장한다는 사람이 세상이 모두 알고있는 역사를 외면하고 왜곡하는 이 못된 버릇은 그해 8월 사쿠라이 환경청 장관으로 옮아갔다. 그의 망언은『태평양 전쟁덕에 주변국들이 독립했다』는 것이었다.
10월 통산상 하시모토가『2차 대전은 미 영 대상의 전쟁』이며『주변국 침략전쟁으로 볼 수 없다』고 역사 망언 선배들의 행태를 본받음으로써 94년은 일본 각료들의 망언이 가장 극성을 부리는 해로 기록된다. 94년 일본의 역사망언이 극에 달하고 있는 현상은 95년을 겨냥하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95년은 바로 태평양전쟁이 막을 내린 해 였을 뿐만아니라 한국을 비롯 주변 피해국들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이른바 광복 50주년이 되는 해 였기 때문이다.
광복 50주년의 해 주변국으로부터 쏟아질 각종 비난과 요청들을 사전에 봉쇄하고자 하는 그들의 약삭빠른 의도는 올해 6월전 외상 와다나베의 망언으로 입증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통치한적은 있지만 식민지 지배한적은 없다. 한일 합방은 무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와다나베의 망언이었다.
『태평양 전쟁이 침략전쟁인가의 판단은 사고방식의 문제』라는 시마무라 요시노부 신임 문부상의 발언에 뒤이어 전 법무상 오쿠노는『2차대전은 미국 영국 등에 의해 강요당한 전쟁이며 일본은 백인에 의해 식민지화된 대동아를 해방, 안정된 삶을 가져오자고 했다』는 망언으로 8월을 장식했다.
광복 50주년의 해, 그것도 8월에 듣는 망언은 참으로 고약하다. 2차대전을 일으킨 주역의 일원으로서 주변국들에게 엄청난 인명살상과 경제적 손실을 입힌 장본인 일본이 자행하고 있는 일련의 행동들은 일본이 결코 반성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보여 주고 있다. 반성과 사과는커녕 그들은 오히려 원폭 피해자로서 자신들의 고통을 선전하기에 급급하고 있지 않는가.
광복 50주년, 우리는 일본의 망언병을 고치는데 무엇보다는 마음을 모아야만 한다. 한 정부의 책임있는 각료들이 마치 순서를 정해 되풀이하고 있는 고질병, 망언병은 반드시 고쳐주어야 한다. 한 시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통해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위한 약속으로라도 그것은 지켜져야만 하는 일이다.
전범국이 아니라 피해국으로 자신들의 엄청난 잘못을 위장하려는 일본의 속셈을 지금 잡지못하면 역사는 시간과 더불어 왜곡되고야 만다. 만일 일본이 지금과 같은 역사망언으로 일관, 잘못을 속죄하지 않는다면 한국을 비롯 피해 당사국들은 뜻과 마음을 모아 일본을 전범 재판대 위에 다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정당하게 그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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