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누구세요』
『주일학교 학생이예요』
주일날 이른 아침이면 동네 비신자 아이들 십여 명은 당당하게 수녀원에 들어선다. 이들이 오면 일주일 동안 침묵에 싸여있던 교실은 금방 활기를 띤다. 교리는 싫어하는 눈치인데, 소창시간에 룰라의「날개 잃은 천사」는 유치부「원태」까지 기막히게 잘 부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놀이 시간, 그 중 매우 빠지지 않는 놀이가 소꿉놀이다.
『수녀님! 우리 노래 그만하고 소꿉놀이 해요』
『그래 좋아, 하자!』
『나는 피자집』
『난 햄버거 전문집』
『난 피아노 학원 차릴꺼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면 교실은 어느새 빌딩으로 변해있다.
세월은 참 많은 걸 변화시켰다. 어릴적 나의 소꿉놀이는 엄마, 아빠가 되어 제삿상 차려 먹기에 바빴었다. 호박꽃을 따다 상 양쪽에 세워놓고 벽돌을 갈아 고추가루라고 하며, 나뭇잎은 채 썰어 김치도 담고 부침개도 부쳤는데…. 이제 이런 소꿉놀이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 처음 아이들이 소꿉놀이 하자고 할때 속으로「난 할머니가 되어야지」했던 생각이 얼마나 세대 차이나는 발상인지 새삼 놀랐었다.
『수녀님! 주문하세요 뭘 드릴까요? 커피, 피자, 햄버거?』
『응… 커피, 피자, 햄버거 모두 다 먹어볼까?』
아이들은 내가 지네집 손님이 되어 주문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시늉을 하면 배시시 웃으며 좋아라 한다. 어느때는 후식으로 과일까지 준다.
주일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꿉놀이는 서구 문화음식이 주름을 잡고, 상업적 분위기로 나를 서먹서먹하게 하지만, 세월은 흘러도 소꿉놀이를 좋아하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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