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4년째 상주 우암산에서 숲속학교를 열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겨울에도 실험학교를 열었다. 실험학교라고 해서 무슨 거창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자연속에 있는 자연학교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참나무 숲속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더불어 사는 생활학교이다.
이 학교에는 따로 선생이나 교재, 프로그램이 없다. 자연이 가장 좋은 선생이고 프로그램이다. 참나무, 흙, 별, 잠자리, 물, 꽃, 바람, 구름, 하늘 등이 선생이다. 교육개혁이니 교육이념이니 학원이니 프로젝트니 자연 앞에는 무슨 가치가 있는가.
자연은 하느님의 몸이다. 이번 자연학교에서는 민들레 학교에서 배운 모듬활동을 하도록 준비하였다. 요사이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대담성과 용기가 부족하다. 수동적이다. 그래서 이 모듬활동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면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정신을 자연스럽게 체험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너무도 자연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아예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으로부터 격리된다. 자본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획일화된 상품속에서 아이들의 모든 감각과 사고, 심지어 무의식까지도 획일화 되고 있다. 획일화는 곧 죽음이 아닌가.
아이들의 죽은 감각을 살리는 길은 오직 자연속이다. 흙을 만지고 나무를 껴안고 모든 창조물과 접촉을 통해서 아이들의 생명의 감각을 되살리지 않는 한 어떤 교육 개혁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도시문명,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 언젠가는 과거 고대문명이 그러하였듯이 도시는 그 자체로 필멸한다. 적어도 도시 문명이 살기 위해서는 농업적 기반이 적어도 70%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되어있다. 물구나무선 이 문명은 곧 그 무게 때문에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삼풍사건, 상인동 사건도 그 한 예에 불과하다. 고베도시 지진 사건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도시가 한 순간에 마비되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물 식량, 그리고 에너지이다.
우암산은 물이 적은 것이 흠이다. 물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다행이도 작년에 발견한 샘물로 충분히 충당하였다. 해가 갈수록 잠자리도 적어지고 나방도 사라진다. 한번 사라진 것은 두번 다시 재생되지 않는 것이 자연이 아닌가.
이제 겨울 자연과학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겠다. 이것이야말로 도시 아이들의 죽은 감각을 살릴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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