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달이 제날짜에 잡지를 만들어온지 십수년이라 이제 제법 이력이 붙을 만도 한데도 서두르고 쫓기기는 마찬가지다. 내 앞가림에도 급급하니 본당의 봉사활동에는 도무지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먹고 마시는 일에 바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솔직히 말해 시간핑계는 생판 거짓말이다. 게으름을 뒷전으로 숨긴채 늘 이런 저런 구실을 끌어대는 경우가 휠씬 많다. 마지못해 봉사한답시고 조금 거들었을 경우에는 생색도 내고 싶었던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도 입은 살아 있어, 봉사가 어떻고 봉사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된다며 입바른 소리를 곧잘 내뱉는 편이다.
이러한 꼬락서니의 나에게 가끔 매를 들었던 한 분을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은 직장따라 지방으로 내려가서 소식을 알 길이 없지만 그분은 몇년전 내가 맡은 예비자 교리반의 청강생이었다. 구교우였으니 세례를 받기위해서가 아니라 교리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교리반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40대 후반의 교직자인 그분은 한마디로 얼굴없는 봉사자였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한손이 모르게 하는, 생색내는 일을 제일 싫어하는 숨은 봉사자였다. 그분을 하루 이틀 대충 지켜보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새벽미사후 교리실 및 성당주변 청소, 교리공부가 그분의 주일오전일과였다. 평일에도 오후 느즈막이 성당에 자주들러 구석구석을 정리정돈한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서 전해들었다. 언젠가 본당의 숨은 일꾼을 찾아 표창을 상신할 요량으로 그분의 활동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자 『내가 취미삼아 하는 일인데…』하며 정색하였다. 체면치레의 겸손이 아니었다. 진정한 봉사자의 겸손한 체취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은 봉사를 봉사로 여기지 않았다.
『베드로씨,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아직도 취미삼아 본당청소를 계속하십니까?』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김인숙 수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경향잡지 편집부장 김진복씨가 집필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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