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위로 인정하신다는 뜻으로 내 손에 예물시계를 채워주시는 장인어른의 눈빛도 반짝이고 있었지만 애써 먼산을 바라보며 돌아서시는 것이었다. 「내 자식이 성하였다면 우리가 어찌 자네같은 사위를 맞을 것이며 자네 또한 몸이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내 딸같은 아내를 달가와 했겠는가. 부디 지금 그 마음 변치 말고 잘 살아주게」하시며 내 손을 꼭 잡고 못난 딸을 부탁한다는 장모님의 말씀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내도 울고 나도 울고 장인 장모님 친척들 모두다 울음을 터뜨리는 눈물의 결혼식이 되었지만 그 눈물은 한결같이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었지 결코 비애나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기에 결코 슬프고 비극적인 결혼식은 아니었다.
우리는 새벽에 눈을 뜨면 두손을 맞잡고 오늘 하루도 우리들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평화로이 이끌어 주십사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였고 우리 힘 닿는데까지 가게를 키워나가며 작은 텃밭을 일구어 상치도 심고 쑥갓도 심고 아욱도 심어가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가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만을 생각하였고 아내 또한 어떻게 하면 내가 편안하고 자유롭고 즐거울 수 있을까만을 연구하며 반쪽씩 밖에 남아있지 않은 우리 두 사람의 육신을 하나의 완전한 영혼으로 완성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경제적인 형편이야 한달 내내 가게를 운영해 봐야 5~6만원 수입이 고작이었고 영세민으로 지정되어 나오는 배급이 고작으로 꽤나 어려웠지만 사랑과 은총이 풍만한 가정속에서 오직 행복만을 추구하는 삶이란 그 어떤 풍요로움 보다도 더욱 큰 축복과 은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아내가 옆구리가 결린다면서 힘들어 하는 것이었다. 그날은 하루종일 텃밭을 일구었기에 너무 무리한 탓이려니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파스를 붙여주고 일찍 잠을 재웠는데 얼마 지났을까 잠결에 무슨 소리를 듣고 깨어보니 옆에서 자고 있어야 될 아내의 자리가 비어 있고 방 한쪽 구석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빨리 불 켜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더니 억지로 스위치를 올린 아내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배가 아프다면서 얼마나 혼자서 뒹굴었는지 땀으로 범벅이 된데다 입술은 너무나도 깨물어서 붉게 피멍이 들어 있었다. 급한 마음에 사란을 틔어주고 소화제와 진통제를 먹여 보았지만 통증은 그칠줄을 몰랐다. 건너방에서 주무시던 어머님께서 깨어 달려오고 병원에 데려 가려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택시를 부르려고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개인 택시기사들은 아직 퇴근 전이었고 영업용 택시들은 모두 퇴근하였다. 하필이면 119구급대조차도 서비스에 들어간 상태라서 할 수 없이 새벽까지 기다려야 될 형편이었다. 집안은 상비약으로 준비해 놓은 진통제를 한웅큼씩 털어 먹이며 긴밤을 지새워야 하는 상황이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아이고 하느님, 저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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