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8월 12일 부산 마린 센터에서 열린 제 5회 해양인의 날 행사에서「선상에서 근무하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중 부산 용호본당 김용심(아가다)시가 동지상선(주) 호남 사파이어호 1등항해사로 근무하는 남편 김정태(니꼴라오)씨에게 보낸 편지이다. - 편집자 주
스쳐지나가는 모든것이 아름답고 찌는 듯한 더위 역시 감사할수 있음은 사랑이라는 언어가 있기 때문인가요?
헤어진지 일주일, 선상에서의 여름휴가는 아이들과 나 그리고 당신의 바쁜 업무가 다소 걸림돌이 되었으나 참으로 즐거웠답니다.
씨 프린스호의 기름유출사고 때문에 더욱 바쁜 당신 모습보며 어느곳에서나 일을 우선 생각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올 여름휴가는 어떻게 하나?」남들처럼 휴가가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들 데리고 선뜻 나설 용기도 없는데 회사의 가족 동승자 명단을 전해 듣고 얼마나 기뻤든지…
새벽같이 일어나 선상에서 쓸 소품을 챙기고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젖갈과 말린 오징어, 아이들 수영복 등등….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고 차창너머로 보이는 뭉게구름 한 자락과 널린 들판의 초록은 씽씽 거리며 달리는 고속버스만큼이나 신났답니다.
「난 참 행복한 여자다」. 마음속으로 외쳐대며 당신을 만나게 해준 나의 창조주께 찬미를 드렸답니다.
선원인 남편이 부끄러워 몰래 적어내던 당신 직업란이 크게 어필되어 뭉게구름 저편으로 날아가고 내가 보였던 속좁은 아녀자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우리 가족의 해후. 안아주기엔 너무 커버린 딸애의 키만큼이나 시간을 잘라내었고 아빠의 자전거 선물에 들떠버린 사내녀석의 콧노래가 선상 여기 저기를 흐르게 하는 신비함을 당신은 아시는 지요?
여보!
정작 힘든것은 당신 머리카락의 변화였습니다. 뽑아도 끝이 없는 하얀 머리카락, 흰 머리 카락에 담긴 사연을 내 아이들은 알아 주기나 할런지요. 우린 헤어짐과 만남이라는 생활에 길들여 졌을 세월이건만 횟수가 많아 질수록 더욱 새롭고 가슴 아픈건 아직도 철없는 아내의 어리광이겠지요.
떨어지는 달러를 걱정하고 하늘 높이 치솟는 물가와 뭍에 두고온 처자식이 그리워 하루에도 몇번씩 고향하늘 바라보며 물러 본다던 그리운 이름들.
8월의 햇살은 한려해상의 아름다움을 품에 안고 아쉽게 멀어져 갔습니다. 손 흔들고 고개돌려 눈물 찍어 내는 여린 모습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에 묻으며 다시 원래의 우리 자리로 돌아섰습니다.
사랑합니다. 언제나 당신 곁에는 저와 아이들 그리고 많은 이들의 바람이 엮어져 있으니 힘 내시고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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