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순교자성월이다. 결실의 계절에 들어서면서 맞게 되는 순교자성월은 순교선조들의 고귀한 삶을 묵상하고 우리의 신앙자세를 되돌아보는 때이다.
우리는 오로지 신앙 때문에 그토록 귀중한 생명을 초개처럼 내던진 순교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앙의 후손들인가? 또 그들이 목숨 바쳐 피로써 지키고 가꾸어 물려준 그 신앙을 우리는 오늘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지를 반성해 봐야 한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순교성인들의 후손들인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오늘 이 땅의 상황은 어떠한가. 물질만능주의에 편승한 생명경시 풍조는 물론 자기편의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해 있으며 세대 간의 극심한 가치관 차이로 빚어지는 각종 불협화음 등 소위「도덕불감증 시대」를 살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또 연일 계속 발생되는 대형사건, 사고와 우리 신앙인들은 과연 무관한 것인지도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순교선조들은 모든 조건이 열악했던 감옥 속에서도 먹을 것을 나누며, 생명을 이어가는 증거의 삶을 살았다. 후손들인 우리들도 세속 삶에서「빛과 소금」 역할을 다한다면 보다 밝은 사회를 이룩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한국성인들의 순교자 신심을 생활화 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개발이나 이에 대한 교회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순교자 성월만이라도 순교정신을 일깨우는 교육행사를 가져야 한다.
신앙인 개인적으로도 순교서적을 읽는다든가 순교정신을 본받아 하루 한번 이상 극기 및 희생을 실천하고 가까운 순교성지를 찾아가 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들의 선배순교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정약종이나 그 밖의 저명한 순교자들도 있었지만 순교자들의 대부분은 이름 없는 증인이었거나 양인들이었으며 천인출신들도 있었다. 이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며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던 까닭은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의 마음가짐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기에 오늘의 평범한 우리들 신앙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조금 더」의 정신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진리를 증거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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