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의 이목은 유엔의 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북경으로 집중되고 있다. 9월 4일부터 15일까지「평등 발전 평화를」주제로 한 본회의에 앞서 8월 30일 개막된 비정부기구(NGO) 회의에는 1백80개국에서 3만 명이 넘는 대표들이 참가하고 있다.
유엔이 지난 75년 이래 매 5년마다 개최해 오고 있는 세계 여성대회는 이번이 네 번째로 그 규모 면에서 최대일 뿐 아니라 회의장소가 중국이라는 면에서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관심의 초점은 미국의 힐러리 여사를 비롯한 각국의「퍼스트 레이디」들과 이름난 여성운동가들이 참가, 공식의제 이외 특히 중국의 인권상황 등 예측불허의 문제들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당국은 이미 NGO회의장소를 북경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화이러우로 변경, 북경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한 중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 동안 미국과 세계여론의 주목을 받아온 중국계 미국 인권운동가 해리우(吳弘達)를 15년 징역형에서 풀어 해외로 추방할 만큼 인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오고 있다.
이번 여성대회는 뭣보다 여성의 인권 및 평등문제를 가장 중요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그 동안 여성의 지위와 대우가 크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일을 하고도 보수는 남성보다 30~40% 적게 받고 있으며, 문맹률도 3.6%로써 역시 남성보다 높은 현실이다. 여기에다 세계빈민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약 60%에서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현재 아시아에서는 매년 수많은 여아가 살해되거나 낙태로 죽어가고 있어 심각한 성비(性比)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와 중국이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여성대회에 대해 교황청과 세계 각국 교회가 갖고 있는 관심은 지대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5월에「세계여성회의에 대한 교회의 견해」와 7월에「여성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가정교육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특히 강조한바 있다.
교황청은 이와 함께 20명의 공식 대표단을 이 회의에 파견했다. 그리고 일본은 주교회의 차원에서 대표단을 구성하고, 필리핀은 주교회의가 여성대회와 관련한 사목교서를 발표할 정도로 관심과 중요성을 표현했다.
우리교회도 20여명의 여성대표단을 구성, 회의에 파견시키기로 했으나 그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본보의 보도가 있었다.
어쩌면 이번 여성대회 준비소홀 자체가 우리 교회 내에서의 여성의 현 위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여성들 스스로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한 현실과 교회자체가 여성들에게 보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한 현실은 앞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여성은 언제나 「말없는 대중」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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