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전에는 꿈치고는 좀 괜찮은 꿈을 꾼 적이 있다. 워낙 순식간이었기 때문에 앞뒤의 상황전개가 선명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내 주머니에 있던 단돈 5백원짜리 복권이 덜컹 당첨되는 행운을 잡았던 것이다. 하도 좋아서 펄쩍펄쩍 뛰고 싶었지만 채신머리 없는 것 같아서 꾹 눌러 참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많은 돈의 씀씀이를 요모조모 따져보기도 전에 금세 꿈이 깨면서 판이 깨지고 말았다. 시쳇말로「혹시나」하고 오랜만에 복권 한 장을 구입했으나「역시나」꽝이었다.
바로 이런걸 두고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했던가. 차라리 돼지꿈이나 용꿈이었으면 뒷맛이라도 개운했을 텐데. 사실 행운을 싫다거나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내가 돈을 주고 복권을 산 기억은 다섯 손가락 안이다. 그래도 그 복권 꿈이 아쉬웠던지 그날 오전 내내 눈앞에 아롱거렸다.
「만사는 그 근본을 단단히 해야 하는 법」. 이 말은 우리가 하느님을 섬기는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여기서」스스로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면, 불로소득의 은총만을 바라고 있는 내 모습을 이내 발견할 수 있다. 하느님의 자비만을 쳐다본 채 그저 덤덤히 지내며 요행이나 바라는 것이다. 매사에 신앙생활의 겉치레를 번지르르하게 꾸미는데 급급한 것도 물론이다. 내 마음속 깊이 뿌리박고 자라나는 사욕의 돛대를 꺾을 생각은 못하면서도 입으로는 사랑의 노래를 잘도 뇌까리고 있다. 그러나 삶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옹골찬 다짐과 노력 없이 그저 주님의 자비만을 바라서야 은총의 문이 어디 쉽게 열리겠는가.
마침 순교자성원이다. 순교의 용기야 감히 엄두도 못 낼지라도 내 일상의 작은 일에서부터 신앙인의 자세를 거듭 다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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