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명…★
끌레멘스씨는 평소에 좀 척하는 기질이 있는 양반이다. 본당에 들르면 꼭 사무실에 와서 이것저것 간섭도 하고 잔소리도 해대는 통에 사무장과 사무원은 여간 짜증스럽지가 않았다.
그래도 마음씨 너그러운 사무장 방지거씨의 지혜로 부드럽게 넘어가곤 했다.
오늘도 본당 사무실에 들른 끌레멘스씨가 또 뭐라고 지시하듯 얘기를 꺼내려 하자 사무장이 아까 길 건너편에서 새로 개업한 할매족발집에서 가져 온 족발을 내놓고 같이 먹자고 했다.
사무원인 세레나도 테이블에 같이 둘러앉았는데 마침 켜놓은 라디오에서 분위기 좋은 음악이 흘러 나왔다.
그래서 사무원인 세레나가「어머, 참 좋은 곡이군요. 이게 무슨 곡이죠?」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의 그 끌레멘스씨가 목에 잔뜩 깁스를 하고 말했다. 「응, 돼지고기야!」
★…아내의 부탁…★
아침에 출근하려는 안드레아씨에게 아내가 말했다.
「여보, 일기예보에 의하면 곧 장마가 시작 된대요. 당신꺼 하고 내꺼, 그리구 아이 것까지 우산 세 개만 사오세요. 아셨죠?」
안드레아씨는 아내의 이 말을 잊지 않으려고 마음속으로 다짐다짐 하며 버스에 올랐다. 그러고 보니 하늘이 잔뜩 찌푸려 곧 장마가 시작될 조짐이기도 했다.
너무 우산에 대해 신경을 쓰다가 그만 일어서면서 옆자리에 앉은 신사분이 가지고 온 우산을 집어 들고 내리려 했다가 주의를 들었다.
저녁 퇴근길에 안드레아씨는 잊지 않고 우산 세 개를 사서 버스에 올랐는데 공교롭게도 아침의 그 신사분과 다시 같이 앉게 되었다.
아까부터 계속 안드레아씨 손에 들린 세 개의 우산을 유심히 보던 그 신사분이 안드레아씨의 귀에 대고 나즉이, 「선생, 오늘 수입이 좋으시군요」
★…만성병…★
요 몇 달 전 부터 천식으로 고생하시던 H신부님께서 안되겠다 싶으시던지 잠시 틈을 내어 성당 부근의 의원을 찾아갔다.
「언제 부터 생긴 병이죠?」
「사백주일부터요!」
「사백주일이 뭔데요?」
「약 이천 여년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이 있어 이것을 부활절이라 하고 그 부활절에 세례 받은 이들이 흰옷을 입고 지내다가 일주일 후 이 흰옷을 벗는데서 유래된 말로 부활절 다음주일이죠!」
「여보슈, 그만큼 오래된 천식을 내가 어이 고칠 수 있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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