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 관련 드라마가 또다시 교회 심판대 위에 섰다. 서울대교구 홍보국과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그리고 신자들의 강력한 항의 사태를 불러 일으킨 문제의 드라마는 한국방송공사(KBS)가 광복50주년을 기해 기획 제작한 16부작 드라마「김구(金九)」가운데 8월 27일 방영한 제8회「구국의 길」편.
이미 가톨릭교회의 양대신문과 주보(週報)등의 보도를 통해 통렬하게 비판을 받아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드라마「김구」제8회분중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바로 고해성사 비밀 누설부분이다. 문제의 드라마는 당시 조선교구 제8대 교구장 뮈뗄 주교가 일본 경시청 통감부 아카시를 만난 자리에서 안중근의 동생 안명근에 고해성사 내용을 마치 누설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뮈뗄일기와 당시 관련 자료들에 의하면 안명근이 빌렘 신부에게 했다는 고해성사 내용을 뮈뗄 주교가 아카시에게 유출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기록들은 「뮈뗄 주교가 총독부에 대한 조선인들의 음모가 있었는데 거기에 안명근이가 적극적으로 가입했을 것이라는 빌렘 신부의 편지내용을 아카시에게 알리기 위해 눈이 아주 많이 내리고 있는데도 그를 찾아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어진 1911년 1월 21일자 뮈뗄일기는 「아카시는 안야고버(명근)가 빌렘 부에게 했다는 자백(Aveu)가 사실인지 여부를 빌렘 부에게 물어도 실례가 안되느냐고 편지로 물어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사실은 바로 뮈뗄주교가 누설한것은 안명근의 「고해성사」내용이 아니라 그의 「자백」, 이른바 「정보」였다는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요성은 KBS측이 가톨릭교회가 관련된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고유용어와 신앙영역에 대한 충분한 고증없이 가톨릭교회의 절대적인 부분을 손쉽게 침해했다는데 있다. 고해성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성직자가 목숨은 버렸을지언정 그 비밀누설은 2천년 교회역사상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가톨릭교회의 생명가운에 하나임을 KBS는 간과한 것이다.
KBS는 이름 그대로 공영방송사다. 시청자들이 돈을 내고 시청하는 국민의 방송이다. 그만큼 프로그램 제작에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 책임을 망각한다면 KBS는 더 이상 공영방송으로 존재하는 권리를 포기해야만 한다. 한 사안을 다루더라도 신뢰와 공정성을 목숨처럼 여기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때 KBS는 진정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잡을 수가 있을 것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이 문제는 KBS가 서울대교구 홍보국의 강력한 공개정정요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일단은 마무리가 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교회는 여러가지 숙제를 끌어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그 첫째가 이제는 매스컴의 접근을 소극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대처할수 없다는 사실이다. 매스컴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수십개의 케이블TV, 위성방송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친 현대는 바로 다매체 다채널시대에 돌입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도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주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될때마다 항의하고 또 사과받는 일은 복음화 도정에 있는 우리 교회로서는 바람직하지 못한일이 분명하다. 필요할때 정확한 자료를 적절하게 알려줄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시습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신자 언론인들의 교육문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KBS만해도 우리신자들이 적게는 2백명에서 많게는 2백50명 가량 근무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 각 매스컴에 산재해 있는 신자언론인과 종사자 교육에 우리교회는 등한히 해왔다. 언론종사자들처럼 힘있는 홍보요원을 재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일은 매스컴을 직접 운용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복음화에 다가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남은 한가지는 바로 교회의 반성부분이다. 서울대교구 홍보국은 이번 사건발생직후 KBS가 드라마 「김구」에서 고해성사와 「자백=밀고」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력히 항의, 수정을 요청하면서 이와함께 교회가 스스로 지나간 역사의 불미스런 점을 인정하고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고해성사와 밀고는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난다. 그러나 당시 뮈뗄 교의 밀고는 국가적 상황이나 국민적 정서로 볼때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물론 밀고의 주인공이 엄청난 박해로 자국선교사 다수를 잃은 프랑스 선교사라는 사실과 프랑스와 일본간에 놓여있던 우호적 관계등 당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앞에 놓여있는 역사적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일 우리 스스로 먼저 잘못된 과거를 적극적으로 반성하는 시도를 해왔다면 이번 사건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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