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교회신문에 군종교구의 미래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글들이 실리는 것을 보고 대단히 기뻤습니다. 또한편으로는 군종교구의 문제점들을 좀 더 분명하게 지적해 주셨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감히 이 기회에 군종신부로 지냈던(90.4~95.7) 제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첫째는 군에서 인정하는 신자확보의 방법이 너무나 비복음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공군 교육사에 근무할때 수녀님과 열심히 노력해서 2백명 남짓 세례를 주었습니다.
같은 기간에 교회에서는 6천명 이상의 세례자가 있었고 수계자는 5천명도 넘었습니다. 우리는 예비자교리를 일정기간동안 받아야 영세를 줄 수 있지만 교회나 법당은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세례가 수계를 주어버립니다. 앞으로는 군종장교수를 신자수에 비례해서 준다고 합니다. 교회나 법당은 세례, 수계를 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주기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이대로 나갔다가는 대부분의 군종장교를 교회나 불교쪽에 넘겨주어야 할 형편입니다.
이러한 신자수 불리기 운동은 종교의 목적에 크게 위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종교본연의 목적도 아니거니와 많은 사람에게 종교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지금 군종신부들을 이러한 신자수 불리기에 의욕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고, 군사목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둘째는 군종신부가 되기까지의 교육훈련의 문제점입니다. 매번 군종신부들이 입대할때마다 이 문제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신부들은 대부분 사병생활을 마치고 군데 다시 입대하게 됩니다. 사병을 갔다왔는데도 불구하고 기본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목사나 법사들과 똑같이 훈련을 다시 받으라는데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훈련받는 신부들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합니다. 이제부터라도 교육훈련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군인 신자간의 계급의 벽을 허무는 일이 군종교구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군대는 철저한 계급사회입니다. 그러나 교회입장에서 보면 군복음화의 최대 장애용인이 바로 계급이라는 것입니다. 군에서는 계급이 존재하지만 공동체안에서는 모두가 한형제, 한자매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계급간의 관계에서 상당한 소외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입니까? 그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가장좋은 방법은 계급이 높은 신자들이 교회안에서는 똑같은 한형제자매라는 마음으로 모여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 성직자 수도자들이 보다 겸손하게, 보다 가난하게, 보다 복음적인 삶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군종신부가 군데 애착을 갖는 단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복음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의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군사목을 의욕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군대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다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진정한 복음적인 모습을 요구하고 있기에 군종신부 자신과 더 나아가 한국교회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군종신부들이여! 복음화로 무장되어 끝까지 고군분투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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