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도 낮고 몸이 약해서 걱정을 하였지만 그래도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잘 회복되어 일주일만에 퇴원을 시켜서 집으로 돌아오니 부산에 살고 계시는 누님에게서 전화가 결려왔다. 요즘에는 나처럼 휠체어에 장애인들의 외출을 돕기 위하여 스쿠터라는 것이 개발 되었는데 형제들이 의논하여 스쿠터를 한대 구입해 주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스쿠터는 속력은 겨우 시속10km밖에 안되지만 네 바퀴가 달려 있고 작아서 방안에 끌고 들어와선 바로 올라 앉아 시동을 걸고 김천시내까지 나가려면 장장 1시간정도 걸리지만 스쿠터를 구입하고 나니 택시를 대절하지 않고도 미사 참례를 하러 성당까지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겨우 한달에 한번씩만 미사 참례를 하니까 우리 성당 신자들도 그저 가끔씩 저런 사람이 성당엘 다니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었는데 매주일 미사에 참례하고부터는 제일 앞자리에서 아내와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점차 우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 하였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장애인이라면 그저 수심이 가득하고 어두운면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항상 둘이 같이 다니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우리 부부를 볼때 마다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무엇인가를 느낀다면서 반가와 하신다. 그리고 저렇게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그 먼곳에서 주일미사를 빠지지 않는데 몸도 건강하고 성당 가까이에 살면서도 게으름 때문에 주일미사를 빠지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어느새 결혼 10주년을 맞았다. 길가에 버려진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성서말씀대로 두다리를 잃었을 때 이미 좌절하여 폐인이 되고 말았을 나에게 반신불수의 아내를 주시어 다른이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성가정을 이루도록 은총을 허락하신 전지 전능하신 천주님께, 약한 자를 세워서 강한 자를 부끄럽게 만드시는 우리들의 천주님께 감사와 영광과 찬미를 드린다.
지금까지 배견씨의 「주님의 도구로 삼으소서」를 애독해 주신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주(9월 17일, 1970호)부터는 「창간 68주년 기념 신앙수기 공모」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미국 로스안젤레스 포레스트 힐스에 거주하는 김혜옥(마리아)님의 「나의 발자욱」을 연재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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