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마태16, 18∼19).
9월 22일 오후 6시 30분 중국천주교회 신학교 관계자들의 대구대교구 방문을 환영하는 만찬 석상에서 75세의 연로한 당산(唐山) 교구장 류징허(劉景和) 주교가 한국 신자들의 요청에 따라 중국 전통가락에 맞춰 부른 교황님을 위한 노래말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냘픈 음정으로 가사를 이어가는 류주교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으며 흥에 겨웠던 장내의 분위기는 일순간 숙연해 졌다.
비록 이념의 벽이 양국교회를 갈라놓고 있지만 머지않아 하나의 신앙을 고백하는 한형제임을 확인하는 날이 언젠가 도래하리라는 사실을 참석자 모두가 가슴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류주교의 교황을 위한 헌가(獻歌)는 죽의 장막으로 일컬어지는 공산당의 통치하에서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하고도 남을 만치 차분했으며 정치적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애국교회와 지하교회로 갈라져야만 했던 중국교회의 어제와 오늘을 회상하는 듯 류주교는 촉촉히 젖은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이날 만남을 2백10여년 전 한국에 가톨릭 신앙을 전해준 모교회인 중국교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능케 한 좋은 계기가 됐다.
이념의 벽으로 어쩔 수 없이 갈라져 언제까지 죽의 장벽이 지속될지 몰라도 중국교회는 언젠가 하나의 신앙을 고백해야만 하는 우리의 맏형이요 망각하고 잊혀져 왔던 한국교회의 오랜 이웃인 것이다.
오랜 절친한 이웃이요 맏형인 중국교회를 위한 우리들의 지속적인 기도는 그들에게 크나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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