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택동과 사인방(四人幇)시대
흑과 백, 옳고 그름이 섞바뀌었다
태양이 먹구름에 휩싸이던 나날
하늘은 침침하고 땅은 컴컴했다
빛은 어둡고 어둠이 밝았다…중략
순식간에 평야에서 산지까지
해안에서 변경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를 받드는 교회라곤 없었다
순식간에 도시에서 농촌까지
들판에서 산골에 이르기까지
구원의 표지 십자가라곤 아니 보였다
제대는 사라지고 지송소는 닫히고
진리의 복음은 막혀 버렸다
목자들은 크거나 작거나
체포되고 피살되고 투옥되고 추방되었다
양들은 수천 명씩 떼지어
박해와 감시와 강제노동을 겪었다…하략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 기념가는 전염병처럼 중국대륙을 휩쓸고 지나간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두고 어떤 그리스도인이 밟히고 찢기어진 당시 중국교회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1996년 5월에서 1976년까지 약 10년여에 걸친 중국의 무산자 문화대혁명(無産者 文化大革命). 넓디 넓은 중국대륙을 공포의 대륙으로 몰아넣었던 문화대혁명으로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던 중국 천주교회는 가혹한 박해와 마주해야만 했다.
오늘날까지 두개의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는 중국의 지하, 그리고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그리스도인들은 모조리 공격의 대상이 되었고 지도자들은 강제노역장으로 보내졌다. 지하의 사제들은 물론 애국자 사제들 역시 강제공사장으로 실려갔으며 그들중에 어떤 이들은 「분노」와 싸우며 수십년을 보냈으며 죽기도 하고 살아남기도 했다.
고난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그리스도교 활동의 모든 표지는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고 외적으로 중국교회는 죽고 묻히는듯 했다. 그러나 중국의 그리스도인들은 가정 공동체(가정교회)안에서 계속 살아있었다.
1976년 모택동 사후 4인방이 무너지면서 중국이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날때 교회도 함께 생명의 기운을 찾기 시작했다. 각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늘게 숨쉬고 있던 믿음의 싹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 중국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무서운 속도로 장신의 위상을 되찾아 나갔고 현재 4백만이라는 신도를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아직도 완성을 향해 달리는 도정(道程)에 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은 이른바 「지상교회」와 「지하교회」라는 두개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간과 강도는 달랐을지언정 고통과 아픔의 세월을 공유하기도 한 이 두 방향의 중국교회는 현재 한 그리스도를 사랑하면서 다른 가정을 꾸미고 있는, 말하자면 한지붕 두가정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등을 맞대고 있는 이 현실은 중국교회의 고민이자 바티칸의 초대 고민중의 하나이기도 한다. 지난 9월말 한국교회를 찾았던 중국의 종훠이더 주교 일행은 「중국교회는 오직 하나일 뿐이며 단지 일부 성직자 등 소수의 사람들이 사회주의 제도와 정치사상에 대해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 뿐」임을 거듭 강조했다.
언뜻보면 그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12억 인구가 선택한 제도, 그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중국으로의 발걸음은 쉽지가 않음도 당연하다. 특별히 중국 선교를 북한과의 만남을 향한 하나의 통로로서 중국의 이같은 현실에 그 누구보다 깊은 이해와 분석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이번 종 주교 일행의 방한은 이같은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그러나 우리는 무섭고 지루한 박해속에서도 순결을 지키기에 온 힘을 다해온 소수의 그리스도인, 그 익명(匿名)의 그리스도인들을 품는 지혜가 더욱더 필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느껴야만 했다.
그것은 바티칸과 더불어 중국교회와 마주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앞으로 풀어 나가야할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숙제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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